ETRI 광주·전남연구센터 연구동 신축부지 딜레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광주·전남연구센터(센터장 고재상) 연구동 신축부지 문제를 놓고 연구센터와 광주시가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5월 설립된 연구센터는 광주첨단산업단지 내 광산업집적화단지에 연구동을 지을 부지 1만평을 무상으로 양도해 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시는 현행법상 무상양도할 근거가 애매하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ETRI 광주·전남연구센터 주장=광주시가 특화산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광산업 육성 및 집적화를 위해 정부 출연연을 유치한 만큼 신축부지 등 기본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즉 시가 땅만 마련해준다면 본원 예산을 지원받아 연구동을 신축할 수 있지만 부지매입비 30억원까지 추가부담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센터 측은 자체 법률자문을 얻은 결과 특화산업의 경우에도 얼마든지 부지 무상양도가 가능한데 시가 현행법을 소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본원 소속 연구원들이 광주 근무를 희망할 수 있도록 숙소 제공 등 적절한 ‘당근’도 제시해야 우수연구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재상 센터장은 “오는 2003년까지 110명의 연구인력과 기본시설을 갖출 계획인데 현재 임시로 사용 중인 건물은 벌써 수용한계에 다다랐다”며 “연구센터 신축부지와 기본 인프라 제공은 전적으로 광주시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 주장=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답답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현행 지방재정법 시행령상 연구동 부지를 무상양도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데다 광산업 관련 시설을 공유재산관리계획에 포함시키려면 결국 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연구센터의 주장을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시는 법 개정을 추진하되 우선 행자부의 심의와 자문을 거쳐 가능하다면 한국토지공사로부터 부지를 매입해 무상에 가까운 조건으로 유상임대한다는 방침이다. 연구센터 측에 7000여만원의 임대료를 받아 20년간 임대하는 방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다각도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무상양도가 어렵다면 최대한의 합의점을 도출해 부지문제를 매듭짓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또 “아울러 내년까지 20명이 입주할 수 있는 연구원 전용숙소를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점과 대책=ETRI 연구센터와 광주시 모두 정부의 적극적인 광산업육성책 마련을 강조하고 있다. 차세대 국가전략산업인 광산업을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자체가 홀로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전문인력을 유치하고 집적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에서 초기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광산업체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간 광산업 육성계획에 대한 마인드 공유가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연구소와 산업체·추진기관간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통해 광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