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 `비전 2002`](1)조직문화를 바꾼다

임오년 새해가 힘차게 밝았다. 지난 한해 국내 IT업계는 IT산업이 시작한 이래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 혹독한 불황의 터널을 지나왔다. 터널끝에 빛이 보이듯이 새해 첫 시작부터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고 주가가 폭등하는 등 다시 한번 IT산업이 도약할 태세다. 지난 한해 생존을 위해 많은 부분을 희생해야 했을지도 모르는 국내 IT업계도 다시 비상하는 IT환경에 대비해야 할 때다. 본지는 국내 IT업계가 다시 비상하기 위해 갖춰야 할 새로운 모습을 5회에 걸쳐 시리즈로 엮어본다. 편집자

 ‘신바람나는 회사를 만들어라.’

 현대정보기술 SI영업본부에 근무하는 K 과장은 지난 연말에 2000만원 가량의 추가 보너스를 받았다. 회사가 우수인력의 유지를 위해 일정 기간 의무 복무를 조건으로 자사주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주식 보너스(Retention Bonus)’제도를 도입했기 때문. K 과장이 받은 4000주는 5300원 수준인 현재 가격으로만 환산해도 2000만원을 넘는 금액이다.

 남편이 삼보컴퓨터에 근무하는 주부 이모씨는 지난 결혼기념일에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 커다란 꽃바구니와 샴페인, 그리고 남편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게 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는 이홍순 사장의 글이 담긴 카드가 배달된 것. 그녀가 남편과 남편 직장에 대해 자랑스러움을 느낀 것은 당연했다.

 정보기술(IT)업계에 새로운 조직문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학력이나 연공서열 위주의 수직적인 계층구조에서 능력과 지식을 중시하는 수평적 계층구조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와 직원, 상급자와 부하 사이를 가로막던 높은 장벽도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개성과 자율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수용하는 분위기 조성도 신조직문화의 핵심이다.

 ◇조직체계를 바꾼다=조직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과감히 조직체계부터 바꿔야 한다.

 올해로 창립 11주년을 맞는 핸디소프트(대표 안영경)는 외부 컨설팅회사의 자문을 통해 회사 전체 조직체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직급체계를 폐지하고 다양한 내적·외적 변수에 따라 조직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플렉시블 조직(Flexible Organization) 제도’를 도입했다.

 삼성SDS(대표 김홍기)는 직원들이 재직하는 기간 동안 원하는 부서에 한번은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와일드 카드제’와 효율적인 인력관리를 위한 ‘사내 인력트레이드제’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정보공학(대표 유용석)은 사장을 포함한 전체 직원의 역할을 재조정하기로 했으며 한국컴퓨터통신(대표 강태헌)도 올해를 ‘조직 정리정돈의 해’로 선포했다. 티맥스소프트(대표 박희순) 또한 올해부터 회사 조직을 본부장 중심의 ‘책임체제’로 바꾸는 등 파격적인 조직운영을 표방하고 나섰다.

 ◇능력만큼 준다=능력과 업무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가 새로운 조직문화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고의 프로페셔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함께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SDS의 경우 전사원의 프로화를 지향하는 ‘SDS 프로웨이(ProWay)제도’를 통해 우수인력의 업무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업무 종료시 실시되는 상시평가제도를 통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했다. 우수 인력에게는 동일 직급의 평균급여와 비교할 때 최고 2∼3배 차이가 나도록 할 방침이다.

 티맥소프트도 영업부서에 직급별로 책임 목표액을 주고 이를 달성할 경우 목표액의 5%에 달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시점에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책임자급 선에서는 연봉삭감, 부서변동은 물론 해고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자율성은 대폭 확대하되 결과 또한 전적으로 책임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과 팀워크를 살려라=관리자로서의 권위보다는 이제 조직 상하간의 커뮤니케이션과 팀워크가 중요하다.

 LGCNS 오해진 사장은 수년전부터 ‘사원과의 대화’라는 이름으로 전국 각지의 팀을 직접 방문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관리자를 제외한 현장 직원과 직접 대화하고 술자리까지 이어지는 만큼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 회사 공공사업본부 임직원도 팀워크를 위해 2∼3개월에 한번씩 새벽에 단축 마라톤대회를 연다.

 오 사장은 “직원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직원들의 생각과 의견을 듣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삼보컴퓨터 이홍순 사장도 직원들과의 대화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 이 사장은 회사의 중간 계층의 입사 동기 직원들과 도시락으로 점심을 함께 하면서 회사 생활 전반에 관한 격의없는 대화를 나눈다. 또한 격주에 한번씩 개최되는 인사전략회의(HRC)에 직접 참가해 인사관리 전략은 물론 직원들의 사기진작 방안과 퇴직사유 등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생산직 사원을 위한 독서교육과 CEO와 팀장, 본부장과 파트장급이 함께 참석하는 1박2일 워크숍 등도 삼보컴퓨터의 새로운 인사관리 모습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