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할인점·TV홈쇼핑·전자양판점 등 신유통업태의 등장은 전자유통시장에 일대변혁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같은 변화는 이제 시장의 주도권마저 제조업체에서 유통업체로 넘기려 하고 있다. 임오년 새해는 이같은 전자 유통시장에 불어닥치고 있는 거대한 변혁의 바람이 더욱 거세져 전자유통시장 자체를 완전히 유통업체 중심으로 재편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전자 유통시장의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주요 요인들과 함께 그 모습을 5회에 걸쳐 미리 조망해 본다. 편집자주
새해 전자유통시장은 흡사 ‘아마겟돈’처럼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경쟁속에 휘말릴 전망이다. 유통시장의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해 제조와 유통, 신업태와 구업태, 오프라인과 온라인 등의 업체가 대결구도를 벌이며 최후의 결전을 벌일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전자양판점과 대형할인점이 시장점유율이나 인지도 면에서 안정적인 입지를 굳힌 데다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의 폭발적인 성장과 흑자전환으로 시장의 중심 구도가 다자체제로 재편되면서 이젠 리더를 점치기 힘들어졌다.
특히 신유통망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전자유통의 신주류로 급부상하면서 대리점과 제조업체는 각각 사후 및 정보서비스 등 비가격적인 경쟁력과 직영 판매망 확보로 반전의 기회를 노리는 등 저마다 세력 확장을 위해 숨가쁜 질주를 벌이고 있다.
올해 유통업체들이 한일 월드컵 개최 특수를 계기로 시장점유율을 보다 높이기 위해 공세의 고삐를 적극 조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벌써부터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는 대형할인점간 경쟁은 유통 시장에 불어닥칠 핵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은 최근 대형할인점의 적정 점포수는 약 275개인데 지금까지 출점 추세를 보면 지난 연말 약 200개 수준에서 올해말 270∼280개로 예상돼 적정한 점포수에 도달한다고 밝혔다.
즉 현재 10여개 대형할인점들이 계속해서 점포수를 늘리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부터는 대형할인점끼리도 경쟁이 더욱 가속화돼 향후 수년내에 경쟁력있는 2∼3개 업체만이 살아남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대형할인점은 살아남기 위해 앞다퉈 더 낮은 가격에 상품을 공급, 가격파괴에 적극 나서면서 제조업체와 심한 갈등을 빚고 이 여파로 다른 신유통업체 또한 덩달아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불러올 전망이다.
계층간 소득격차 확대로 소비양극화 현상도 점점 심화돼 유통 업체들은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PDPTV·프로젝션TV·드럼세탁기 등 고부가 제품의 판매확대를 위해 프리미엄 마케팅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해 연봉 1억원 이상의 고액 월급자는 99년에 비해 40% 늘어난 2만1000여명에 달하는 반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과세 미달자는 33.5% 증가한 516만여명에 달해 소비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경쟁심화로 업태간 본래 영역이 허물어지면서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편리한 쇼핑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초대형화와 복합화·엔터테인먼트화·디지털전문화 등도 올해 전자유통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수입선다변화 해제조치에서 풀린 일본 가전업체들은 올해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본격적인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 정부가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엔화 시세의 적정 수준을 ‘1달러=140엔’대까지 용인하겠다고 최근 발표함에 따라 일본 가전업체는 한결 가벼워진 몸놀림으로 국내 AV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
바야흐로 올해 전자유통시장은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 또는 유통업체간 ‘사느냐 죽느냐’하는 기로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는 영토확장 전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