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불황 때문에 전세계 정보기술(IT) 관련 업체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하루가 다르게 고속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있다. 최근 ‘가상 이통망(MVNO)’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영국의 버진모바일(http://www.virgin.com/mobile)도 그 중의 하나다.
영국 최대 부동산 재벌인 리처드 브랜슨 회장(52)이 지난 99년 설립한 버진모바일은 이통사업자 오렌지와 보다폰 등의 통신망을 빌려 휴대폰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최근 약 1년 동안 100만명의 휴대폰 가입자를 확보해 관련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브랜슨 회장이 탁월한 마케팅 감각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평이다. 오범의 분석가 앤드루 콜은 “버진이 여러 이통사업자들과 공동 마케팅 활동을 펼치면서 이통가입자들의 요구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럽 MVNO 시장을 석권한 브랜슨 회장은 최근 미국 2위 이통업체 스프린트PCS( http://www.sprintpcs.com)와도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 등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버진모바일의 미국 진출을 계기로 올해 미국 이통시장에서도 MVNO 서비스가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전세계 이통업계에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브랜슨 회장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16살이 되던 해 ‘학생(Student)’이라는 잡지를 창간하는 것으로 비즈니스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특히 홍보 및 광고의 귀재로 통한다. 그는 손수 열기구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는 등 기행을 계속하면서 전세계 매스컴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브랜슨 회장이 이끌고 있는 버진은 영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세번째로 유명한 상표로 자리잡았다. 또 현재 그가 손을 대고 있는 사업만도 항공과 철도, 금융, 식음료, 출판, 이통 등 거의 모든 업종을 망라하고 있다.
‘시장의 변화를 읽을 수만 있으면 불황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새해 첫번째 피플닷컴의 주인공 브랜슨 회장이 지구 반대편에서 우리에게 전해주는 충고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