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사업자간 출혈경쟁으로 경영난을 겪어왔던 신용카드조회(VAN) 업계가 최근 자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과반수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정보통신·케이에스넷이 주도하는 것으로, 그동안 누누이 지적돼온 VAN 업계의 제살깎기식 영업전략이 개선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 1, 2위 사업자인 한국정보통신·케이에스넷은 올해부터 가맹점 유치과정에서 떠안아야 했던 단말기 무상공급 부담이나 일선 대리점에 대한 지원금, 대형 우량가맹점의 리베이트 등을 크게 줄이는 방향으로 올해 영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한국정보통신을 비롯, 케이에스넷·한국부가통신·나이스정보 등 주요 VAN사 대표들도 신년초 모임을 갖고 공동의 자정노력을 기울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처럼 VAN 업계의 출혈경쟁 자제 움직임이 표면화되고 있는 것은 사업자들의 현금흐름과 수익성을 옥죄어 왔던 고질적인 영업비용을 더이상 소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VAN 업체의 경우 수익원은 신용카드 이용건당 많게는 200원 정도에 달하는 수수료 수입이지만 이에 따른 영업비용은 회사의 재무구조를 크게 압박하는 수준이다. 대형 유통점을 가맹점으로 유치할 경우 VAN 수수료 수입의 일정액을 리베이트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우량 가맹점은 18만원 안팎에 이르는 단말기를 무상으로 제공해왔다. 여기다 소형 가맹점 영업을 일선에서 맡고 있는 대리점에도 지원금을 배분하고, 최근에는 주유소 등을 상대로 한 브로커들도 등장하면서 VAN 사업자들을 애먹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정보통신·케이에스넷 등 선두 업체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무상단말기나 대리점 유치 지원금을 점진적으로 줄여왔고, 올해는 이같은 영업정책을 더욱 확고히 다져갈 계획이다. 케이에스넷 김일환 사장은 “VAN업계는 신용카드사들의 수수료 인하요구와 대리점·가맹점의 영업비용 관행에 눌려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며 “올해는 선두 사업자들이 앞장서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8년 500억여원에 불과했던 신용카드 VAN 시장은 지난해 2000억원 가까이 급성장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그동안 사업자도 10여개 이상 난립하면서 개별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