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나노기술 현장을 찾아서>(2)美 나노기술의 `발원지`-코넬대 CNF(상)

 미국 나노기술의 중심지는 고층빌딩이 마천루를 이루고 있는 뉴욕에서 비행기로 1시간 떨어진 조용한 시골 마을 아타가다. 코넬대학이 위치한 이타가는 주민의 90% 이상이 코넬대학 졸업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교육수준이 높은 도시다.

 나노기술 중심지 코넬대학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바로 오는 2004년 완성되는 코넬나노페브리케이션센터(CNFC)의 기반공사장. CNFC는 코넬대학이 나노기술을 중점 육성하기 위해 총 60만달러를 투입해 초 현대식 연구 건물로 지어진다.

 공사장 옆 연구동 필립스홀이 바로 미국에서 나노기술 발전을 도모하려고 정책적으로 추진한 내셔널나노페브리케이션유저스네트워크(NNUN·http://www.nnun.org)중 하나인 코넬나노페브리케이션팩컬티(CNF·http://www.cnf.cornell.edu)가 위치한 곳이다.

 미국은 98년 NNUN을 결성하고 국가 차원의 나노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을 목표로 5개 기관을 선정했다. NNUN 지정기관은 동부의 코넬대학과 펜스테이트대학·하워드대학 등 3곳과 서부의 스탠퍼드대학·UC샌타바버라 등 총 5개다. 이 가운데 코넬대학의 CNF는 마이크로 전자에 중점을 두고 학계와 산업계에 첨단 나노장비와 시설, 훈련된 인력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펜스테이트대학의 나노페브리케이션팩컬티는 나노 전자재료와 공정분야에, 하워드대학의 나노 머티리얼 사이언스 연구 센터는 재료 분야에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 서부의 스탠퍼드대학은 실리콘 마이크로 전자 및 시뮬레이션에서, UC샌타바버라는 첨단 전자 디바이스 분야로 특성화돼 있다.

 무엇보다 코넬의 CNF가 명성을 얻은 것은 미국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나노 연구시설이라는 점과 나노기술분야에 20년 전부터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은 코넬대학의 정책 때문이다.

 코넬대학은 77년부터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 육성 정책을 시작했으며 95년 나노 사이언스 센터를 설립했다. 이후 코넬대학는 98년 NNUN으로부터 CNF를 미국 최초의 국가지정 나노연구시설로 인정받았다. 20여년이 넘게 나노 연구에 치중해온 코넬대학 CNF의 강점은 78개에 달하는 나노 관련 연구 장비와 이 장비를 숙련되게 다루는 22명의 매니저다.

 CNF 사용자 프로그램 매니저인 마이클 스바라는 “78개 장비들은 1년내내 95% 이상 가동률을 보인다”며 “어떤 장비는 사용법만 익히는 데 최소 6개월이 걸리는데 CNF에서는 숙련된 전문가들이 장비 사용법과 실험에 가장 적합한 장비를 선택해줘 시간과 비용을 감소시킨다”고 설명했다.

 CNF가 보유한 장비 중 ‘니콘248㎚ DUV’는 미세가공기술을 사용해 나노구조를 가진 물체를 만들 수 있는 식각(lithography) 장비로 기존 자외선 식각 장비가 400∼500㎚까지 식각할 수 있는 것에 반해 248㎚ 나노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전자 빔을 이용한 식각 장비인 ‘레이카 VB-6’은 북미 지역에서 CNF가 단독 보유하고 있으며 평균 30㎚의 작은 사이즈로 식각할 수 있다.

 마이클 스바라 매니저는 “이 장비로 최근 20∼10㎚ 나노구조 물체를 만들었다”며 “수 나노미터 물체를 만들고 있으며 이 기계를 사용하려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매우 날카로운 팁을 재료의 표면에 주사해 개개 원자나 분자의 형상을 관찰 조작할 수 있는 SPM(Scanning Probe Microscopes)의 일종인 STM(Scanning tunneling microscope)과 AFM(Atomic force microscope) 등 70여종이 넘는 다양한 장비가 구비돼 있다.

 CNF는 나노 소자나 물질을 제조할 수 있는 톱다운(top-down)과 바텀업(bottom-up) 가공기술을 한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첨단 장비와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장비들이 95% 이상의 가동률을 나타낸다는 것은 사소한 장비 고장의 문제는 모두 CNF 내에서 해결한다는 의미다.

 CNF 스텝들은 각 장비 운영의 전문가다. 이들은 연구자가 만들고자 하는 나노 구조물을 가장 적합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과 장비를 제안하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

 CNF는 연구자들이 함께 식사와 실험을 하고 콘퍼런스를 하는 조그만 방이 있다. 이 방은 단순한 콘퍼런스 장소가 아닌 나노 연구와 생활이 공존하는 코넬대학 나노 연구의 중심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연구자들이 하나둘 이방으로 모여들어 베이글과 딸기잼, 치즈 등으로 간단한 식사를 하면서 연구자의 발표가 이어진다. CNF는 자유로운 점심 토론을 통해 센터 내 연구자들의 선의의 경쟁을 도모하고 연구과정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며 세계 나노기술 산업화의 전진기지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CNF를 이용하려는 연구자들은 프로그램 매니저를 만나 프로젝트에 대해 조언을 얻고 어떤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지 결정한다. 사용자 프로그램 매니저는 연구자들이 할애할 수 있는 시간과 사용료를 산출한 후 CNF사용자 정보책과 연구실 사용과 안전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게 한다. CNF의 운영진은 이곳을 이용하는 연구자들에게 그들이 풀지 못하는 연구과정 해결책을 같이 고민하고 방향을 제시한다.

 이런 운영을 통해 CNF 이용자 수는 98년 330명에서 99년 400명, 2000년에는 500명을 기록했으며 2001년에는 620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해외 여러 대학과 기업 연구실에서 CNF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매년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이들을 교육할 스태프를 확충할 계획이다.

 CNF는 수 나노크기인 분자 한 개 특성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성공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이 기술은 금으로 만든 선에 전류를 흘려주고 선이 전류가 높아지면 오랜 시간 끊어지지 않고 지탱할 수 없는 원리를 이용한다. 금으로 만든 선은 시간에 따라 수 나노미터 간격으로 떨어지게 되며 이 사이에 분자를 집어 넣어 성질을 평가한다.

 CNF에서는 브레이크 정션(break junction)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선이 끊어지는 간격을 1000분의 5 나노미터까지 간격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CNF가 이같은 기술을 성공시킬 수 있는 원동력은 최첨단 장비와 숙련된 운영자 외에 CNF를 이용하는 연구진들 간 사고의 공유 때문이다.

 연구자들의 프로젝트를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연구 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다른 분야나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사용자들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게 한다.

 이를 위해 CNF는 연구 중에 막히는 문제를 점심시간 작은 토론회를 열어 서로 공유하고 해결책을 공동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마이클 스바라 매니저는 “이 토론회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 다른 목적이 있는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려는 목적이 있다”며 “토론회에서 연구자들은 나노기술 연구 경쟁이 치열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로에게 자극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수 나노미터입니다.”

 CNF에서 만난 연구자들은 첨단장비와 숙련된 인력, 아이디어 공유를 통해 수 나노미터의 구조물 제작을 실현하고 있었다.

 <아타가=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