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 진출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삼성·LG·SK 등 국내 3대 그룹의 고민이 각양각색이다.
‘일류 브랜드’로 승부를 걸고 있는 삼성이나 ‘현지화’ 전략을 중심으로 디지털·정보통신 제품군으로 시장 확대 전략을 세운 LG, ‘중국 속의 또 하나의 SK’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3대 전략사업 영역을 설정한 SK 모두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만만한 일이 아니다.
독자 브랜드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모니터나 고가에 팔리고 있는 애니콜의 상황을 고려하면 삼성의 ‘하이엔드 브랜드’ 전략은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삼성의 고민은 지금부터다. 삼성 내부 관계자는 “고부가가치·신기술(고신기술) 이전에 대한 요구를 숨기지 않고 있는 중국이 삼성의 ‘성장’을 내버려둘 리 없다”고 말한다. 이미 반도체 8인치 웨이퍼 생산과 기술이전을 요구한 것처럼 중국 측은 고신기술에 대한 이전요구를 삼성의 향후 중국시장 진출 확대의 협상조건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가전분야에서 삼성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LG는 PDP·TFT LCD·정보통신제품 등 고부가가치제품으로 시장을 확대해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LG의 숙제는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나서는 CDMA 단말기 시장에서의 승부다. 삼성과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인 데다 이미 애니콜이라는 브랜드가 시장에서 적지 않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그에 대응하는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구사하느냐가 관건이다. LG 관계자는 “제품별 브랜드가 아닌 ‘LG’ 브랜드로 통일하고 중국 현지 협력사와 제휴에서도 100% LG 상표를 부착하는 등 LG 브랜드 정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조 기반이 없는, 즉 ‘팔 물건이 없는’ SK도 고민이 많다. SK의 최대무기인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을 중국이 호락호락 내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SK는 정보통신·생명과학·ITS 및 도로교통 등 3대 전략사업에서 매출이 가장 먼저 발생할 분야로 정보통신 영역을 꼽지만 이동통신서비스가 아닌 콘텐츠 판매나 모바일 플랫폼과 같은 IT 영역이 될 전망이다. SK는 SK차이나 소속 120여명의 인력을 3대 전략분야에 포진시켜 중국 현지기업과 기술제휴, 합작법인 설립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SK차이나가 운영하고 있는 포털사이트 비아프랜드닷컴(http://www.viafraind.com.cn)을 향후 SK IT 기술이전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해외지원팀 김초광 과장은 “중국이 WTO 가입에 따른 여러 개방정책을 발표했지만 기업이 기준을 삼아야 할 구체적인 정책은 여전히 투명하지 않다”며 특히 “마케팅 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 유통시장 개방 정책도 3년 이내 지역별, 업종별로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정도의 원칙만 나온 상황이라 발빠른 대응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