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체들 자금운영 "두마리 토끼 잡는다"

 정보기술(IT)업체들이 새해 재무운영 전략을 짜느라 분주하다.

 새해 벽두부터 IT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경기침체로 잔뜩 움츠렸던 재정을 신축적으로 운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경기 움직임에 따라 시의적절하고 효율적인 자금운영 계획을 수립하느라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IT업체들은 올해 경기회복에 따른 투자심리 호전으로 해외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 적극적인 자금운영 계획을 세우는 등 지난해와는 대조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룡’ 통신서비스업체인 KT는 올해 투자규모를 목표매출 12조6000억원의 24% 수준인 3조100억원으로 잡고 이 중 60% 가량을 상반기내에 집행할 계획이다. 당기순이익도 1조880억원을 달성하는 등 본격적인 수익기반을 다질 방침이다.

 하지만 재무팀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KT는 올해 민영화 원년에 따른 정부주식 매각(28.37%)과 새로운 지배구조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까지 예정된 정부지분 매각에 대한 국내투자자들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뤄질지 미지수란 점은 KT 재무팀의 고민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남중수 KT 재무실장은 “KT 민영화 원년에 대비해 지배구조의 건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민영화에 따른 재무개선도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KTF도 올해 각각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법인인 SKIMT와 KT아이컴 합병 등으로 재무책임자들이 연초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LG텔레콤의 경우 2대주주인 브리티시텔레콤(BT)의 지분 처리방향과 안정적인 재무구조 만들기에 바쁜 한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업계의 대표주자인 엔씨소프트는 올해 해외시장 개척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다. 조만간 미국 현지법인의 증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중국과 유럽 등 아직 진출하지 못한 국가들에 대한 투자계획도 수립했다. 또 지난해 게리엇형제 영입에만 470억원을 투입하는 등 그동안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면 올해에는 제품개발을 통해 고수익을 올리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허홍 엔씨소프트 CFO는 “올해는 적은 비용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효율적인 재무구조를 만들 것”이라며 “이와함께 해외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외화를 적극적으로 벌어들이겠다”고 말했다.

 인터넷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올해 재무전략을 수립하면서 영업이익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지난해 어느 정도 손익분기점에 도달했기 때문에 올해는 반드시 영업이익을 통해 ‘외화내빈’이라는 지적을 불식시킬 방침이다. 임방희 다음커뮤니케이션 CFO는 “투자비를 작년의 70% 수준인 200억원으로 줄이고 전자상거래와 광고매출을 늘려 올해를 수익을 내는 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네트워크통합(NI)업체인 인성정보는 올해는 보다 공격적으로 자금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해는 경기위축 등에 따른 실적둔화 여파로 자금운영을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지만 올해는 그동안 자금운영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문제들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계열사 지원에까지 신경 쓸 예정이다. 민기영 인성정보 CFO는 “올해는 관련업체 및 유망아이템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계열사 중 일부 업체의 기업공개(IPO)에 따른 수익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계 재무관계자들은 IT업체들이 지난해 경기침체 등으로 재무운영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은 만큼 올해는 어느 해보다 ‘안방살림’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