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북한의 IT전략 딜레마

 ◆김유향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연구관

 

 지난해 북한과 관련해 가장 이슈가 되었던 주제는 북한의 IT전략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중관춘 방문에 이어 지난해초 상하이 방문은 북한의 중국식 개혁·개방 가능성과 IT발전의지를 점검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되면서 학계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다양한 논쟁을 야기했다.

 북한과 관련한 모든 이슈가 그러하지만, 북한의 IT부문 현황 및 전략에 대해서도 극단적으로 상반된 주장으로 나뉘어 있다. 이는 북한의 IT부문에 대한 인식의 차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에서는 북한의 IT부문 능력과 IT발전전략 채택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극단적인 평가절하가 이뤄지고 있다.

 전자의 경우, 북한이 산업시대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중장기발전전략으로서 정보통신부문을 광범위하게 육성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 입장의 근저에는 IT중심의 경제발전전략은 북한으로서도 가능성이 있는 경제전략이라는 판단이 전제돼 있다. 이른바 ‘개구리도약전략(leap-frogging strategy)’으로서의 IT부문 발전전략에 대한 평가들이 그러하다.

 후자의 경우 생산성 향상 수단으로서의 IT가 부분적으로 도입되고 있다고 보며, 따라서 북한의 IT에 대한 관심을 과도하게 평가해서는 안됨을 지적한다. 이러한 입장의 근저에는 북한의 경제적 능력과 상황이 정보통신부문과 같은 첨단부문의 발전을 도모할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이 전제된다.

 물론 북한의 IT부문 발전을 위한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른바 경제후진국이 취할 수 있는 개구리도약전략으로서, 혹은 ‘빅푸시(Big-push)’ 전략으로서 중장기적 경제발전전략의 차원에서 IT부문의 발전에 주력하고 있다는 증거는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IT부문을 통한 경제발전차원으로까지 이해하기에는 북한의 대외개방과 경제적 개혁에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IT부문으로의 이행을 말하기에는 이전 경제와의 단절성이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IT부문 발전을 위한 정책적 노력과 전사회적 에너지의 집결은 북한이 단기적으로는 당면의 경제난 극복을 위해, 나아가 다음 세기 경제산업발전의 패러다임으로서 IT부문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지로 북한의 IT부문 발전을 위한 노력은 경제·사회·교육 부문을 망라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사회 전체에 하나의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특히 부시행정부의 출범 이후 남북관계의 급격한 냉각에도 불구하고 IT부문의 교류·협력은 지속되고 확대돼 왔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현재 북한이 IT부문의 발전을 위해 전면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은 현재 북한체제의 딜레마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북한 지도부로서는 장기간의 경제난으로 인한 북한 내부자원의 고갈로 인해 지극히 제한된 선택폭속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사람이 곧 재산인 북한에서 IT인력을 통한 소프트웨어부문의 사업은 북한의 현 경제여건속에서 단기적으로 쉽게 외화를 획득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있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즉, IT부문 발전정책 외의 대안이 결여된 상태에서 IT부문의 발전전략은 곧 남한에 대한 절대적 의존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정일 위원장으로서는 남한에 대한 의존이나 남한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외국자본의 유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원만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며, 현재 남한만이 북한의 전략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상대인 것이다. 따라서 현재 북한의 전략은 당장의 정치적·사회적 파급효과가 적은 반면, 가시적인 경제적 효과가 큰 수출지향의 소프트웨어 중심 발전전략을 진행하면서, 향후 발전전략으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