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올해 최대 화두는 역시 대형화와 복합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의 변신이다.
매장의 대형화는 최근 몇년간 국내 가전유통업계의 핵심 이슈가 돼 왔지만 올해야말로 기존 매장을 훨씬 초월하는 대규모 매장이 등장할 예정이어서 기존 가전유통의 판도에 큰 변화가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직영점 20개와 마그넷점 20개를 새로 오픈할 예정인 전자랜드의 경우 신설 점포 가운데 10여개를 1000평 정도의 대규모로 꾸밀 계획이다. 전자랜드는 연말까지 90∼100개의 점포를 확보하고 그 가운데 ‘몰인몰(Mall In Mall)’ 개념의 초대형 매장을 두어 상권을 장악한다는 전략이다. 양판점의 1000평 시대가 개막되는 것이다.
양판점 업계는 불과 3년전만 하더라도 점포수 경쟁을 벌였다. 이의 결과로 하이마트는 지난해까지 전국에 230여개의 점포를 확보했으며 전자랜드는 50여개의 점포를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수적인 팽창을 지양하고 대형화하는 데 주력하기 시작했다. 전자랜드는 지난해 새로 신설한 점포의 대부분을 300평 이상의 대형으로 꾸몄으며 하이마트 역시 비슷한 규모로 오픈하면서 가전유통매장의 대형화를 주도하고 나섰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까.
양판점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유통업계의 대형화 바람에 대해 이미 몇 층 규모의 단일 빌딩으로 재단장하기 시작한 일본 가전유통시장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한다.
모석태 전자랜드 마케팅실 차장은 “일본에는 최근 연면적이 수만평에 달하는 5∼6층 규모의 빌딩 하나를 모두 매장으로 사용하는 유통업체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러한 흐름은 국내에도 조만간 도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함께 국내 전자유통 시장환경의 변화도 매장의 대형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막강한 집객력을 보유한 할인점들이 본격적으로 전자제품 유통에 나서기 시작한 데다 홈쇼핑·인터넷쇼핑 등 신유통이 등장함으로써 이들과 차별화하지 않고는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대형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개별 매장의 대형화와는 별도로 집단 전자상가의 위기의식은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의 변신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98년 문을 연 테크노마트는 주말의 경우 유동인구가 극장 3만여명, 롯데마그넷 3만∼4만명, 게임파크 5000여명에 이르고 여기에다 쇼핑객들을 합치면 10만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테크노마트의 이러한 집객력은 삼성역의 코엑스몰에 메가박스극장이 생겨나면서 다소 약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테크노마트 상권을 떠받치는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설되는 집단 전자상가들은 전자전문점 외에도 다양한 부대시설을 마련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기존 상가도 잇따라 시설을 개조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엔 주5일 근무제 실시를 앞두고 있다.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할 것이고 전자상가의 엔터테인먼트 기능은 더욱 중요시될 전망이다.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갖춘 대형 전자상가와 그렇지 못한 상가간의 판도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