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정보기술(IT)경기 회복 전망이 국내 경제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국내 경기회복의 중추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IT산업의 경기회복으로 여타 산업들도 활기를 띨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IT경기 회복은 불과 몇달전만 해도 요원한 일이었다. 경기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시그널이 나타나지 않은데다 IT업체들의 실적도 악화일로 치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과 몇달만에 천국과 지옥을 다 맛본 셈이다. 또 IT경기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이와 함께 IT업계·관계부처·경제당국이 함께 나서 IT경기 활성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당위성도 확인했다. 정부와 최고 의사결정권자에게도 IT경기 활성화는 중요한 정책적 과제라는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IT경기 활성화에 필요한 과제를 그동안의 정책적 과오를 통해 짚어본다. 편집자
정부는 지난해초 IT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보사업예산 1조7000억원 중 80% 가량을 상반기에 앞당겨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0년 하반기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IT경기 침체를 막아보려는 정부의 의지였던 셈이다.
IT업계도 희망에 부풀었다. 정부의 IT 예산 조기집행으로 당시 경기침체로 꽁꽁 얼어붙은 민간수요를 대신할 공공수요를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수요는 대형 프로젝트가 많아 IT업체의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부처간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상황에서 선심성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으로 일치된 견해다. 이유가 어찌됐든 정부가 약속대로 IT 예산을 집행하지 않음에 따라 IT경기 침체의 장기화에 대한 빌미를 제공하는 결과를 빚어냈다. 한 SI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약속대로 예산을 집행했더라면 SI업체의 수익회복 시점이 빨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 IT업체들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온 ‘저가입찰’도 하루 속히 사라져야할 그릇된 관행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IT경기 불황으로 공공 프로젝트에 대한 저가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SI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로 고전했다. 이들의 저가경쟁은 SI업체에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IT업체들에까지 확산되는 ‘도미노 효과’를 유발시켜 IT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IT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지원도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일부 ‘무늬’만 벤처인 기업들이 정부의 벤처지원 자금을 받아 기술개발이나 시장개척 등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힘쏟기보다는 재테크에 열중하는 부작용을 빚어냈다. 정부 지원자금을 ‘눈먼 돈’으로 인식하는 가짜 벤처기업인들이 속출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정가를 흔들었던 각종 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일부 벤처기업이 공적자금으로 ‘빚잔치’를 한 것 등은 겉으로 드러난 사례에 불과하다.
벤처기업들은 이 때문에 지난해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중소기업청 등 정부부처를 통해 수조원의 자금이 직간접적으로 벤처기업들에 수혈됐지만 정작 지원받아야할 벤처기업들이 소외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정부의 체계적 지원시스템 구축도 현안과제로 꼽힌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시장을 전면 개방했지만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국내 IT업체들은 시장진출에 엄두도 못내고 있다. 중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데다 비즈니스 문화도 서로 달라 시장공략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IT업체들은 정부가 우선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등 각기 따로따로인 대중국 창구를 일원화하고 정보공유가 쉬운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IT업체 사장은 “한국은 내수시장이 적은 만큼 해외시장 진출이 필수적”이라며 “정부의 세심한 배려와 지원시스템을 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