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국가들은 IT산업의 부양과 인프라 확충을 통해 경기활성화의 단초를 얻으려하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 경기가 동반침체 현상을 보이면서 성장산업인 IT산업이 경기침체 탈출의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T산업 활성화가 국가의 경제적 명운을 결정짓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IT산업이 국가 경제의 ‘종속변수’가 아니라 ‘독립변수’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IT산업 활성화의 교과서=미국은 지난 93년 클린턴 행정부 출범 이후 인터넷 등 첨단 IT산업을 기반으로 한 신경제를 주도하며 역사상 유례없는 장기호황을 누렸다. 클린턴 행정부가 IT 투자와 정보통신 인력양성 등에 국가 역량을 집중한 결과다. 클린턴 행정부는 IT산업 활성화를 통해 경기부양을 이끌어낸 교과서적인 집권당으로 꼽힌다.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 집권 8년동안 IT 경기활성화를 통해 중산층 소득증대,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 하락, 재정적자 해소, 민간투자 진작 등을 이끌어내며 높은 경제성장을 실현했다.
미 상무부가 지난 2000년 발표한 ‘디지털경제2000’에 따르면 IT산업은 지난 95년 이후 실질 경제성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인플레이션을 평균 0.5%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73∼95년까지 연평균 1.4%에 불과했던 미국 생산성 증가율을 95∼2000년에는 3%까지 끌어올리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또 컴퓨터업계의 고용인력은 지난 92년 85만명에서 98년 160만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미국 의회에 집권 8년간 경제성과를 보고한 ‘2001년 경제보고서’에서도 IT산업 활성화가 장기호황의 원동력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IT산업은 지난 90년 이후 무려 10년간 12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지난 95∼99년까지 IT 관련 연구개발(R&D) 지출규모는 국내총생산(GDP) 성장속도 대비 40%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새롭게 출범한 부시 행정부도 전자정부 구현에 총 1억달러를 투입하는 등 IT산업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IT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가 클린턴 행정부 만큼의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지만 IT산업을 중시하는 정책적 일관성은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만디’를 거부하는 중국 IT산업=최근들어 중국 만큼 IT 활성화에 열을 올리는 국가도 드물다. IT산업 육성을 통해 정보화와 경제성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계산이다.
중국은 지난해 10차 5개년계획(2001∼2005년)을 통해 IT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오는 2005년까지 IT산업에서 매년 20% 성장률을 유지, 세계 유무선 통신시장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또 IT 제품 수출과 IT 제조산업의 수익규모를 각각 현재의 2배, 3배 수준인 1000억달러와 1810억달러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IT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지난 2000년 마무리된 제9차 5개년계획(96∼2000년)에서 IT산업 활성화가 중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검증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9차 5개년계획 기간동안 통신서비스를 중심으로 IT산업을 집중 육성한 결과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통신시장으로 부상했다. 2000년 유선전화 이용자가 전년도 3560만명에서 1억4400만명으로 늘어났으며 이동전화 이용자도 8526만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또 2000년 IT 제조업체의 수익규모와 IT 제품 수출규모가 전년대비 각각 34%, 41% 증가한 700억달러와 551억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의 IT산업 어디에서도 더이상 ‘만만디(느리다)’라는 말을 찾아볼 수 없게 된 셈이다.
중국의 이러한 IT산업 활성화 정책은 특히 한국 IT산업의 기회이자 도전으로 다가서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일본 IT로 불황 돌파나서=일본은 지난 90년 버블경제가 붕괴되면서 10년이 넘게 경기침체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같은 장기불황 속에 일본호의 키를 잡은 고이즈미 내각은 불황 타개책으로 IT 인프라 확충과 산업 활성화를 동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이즈미 내각은 올해 긴축재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맬 계획이지만 과학기술과 IT분야에 대한 투자는 더욱 늘려나갈 방침이다. 올해 과학기술진흥비는 작년대비 5.8% 늘어난 1조1779엔을 투자하고 향후 3년간 1000개 벤처기업에 대한 창업자금으로 총 259억엔을 투자할 예정이다. 정보통신, 초미세과학, 생명과학, 환경 등 4개 분야에도 352억엔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벌써부터 일본 내부에선 고이즈미 내각이 미국 클린턴 행정부와 같은 방법으로 다시한번 일본 경제중흥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고이즈미 내각이 일본의 경기회복을 이끌어낼지는 아직까지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고이즈미 내각이 경기회복 수단으로 IT산업 활성화를 선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벼랑 끝에 몰린 일본이 IT산업 활성화라는 카드를 빼든 것은 IT가 갖는 경제적 파급력을 고려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산원 조정문 박사는 “IT산업 육성은 경기부양 효과로 이어진다”며 “국가마다 정보강국을 외치는 이면에는 IT산업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