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의료정보화의 과제

◆서현정 이헬스컨설팅 대표

 지난해 우리 사회는 정보화라는 큰 화두를 부여잡고 정부와 산업·기업·개인까지 모두 한 방향으로만 달려왔다. 혁신이 가장 늦을 것 같던 정부기관마저 전자정부를 표방하며 행정전산화를 지향하는 등 실로 그 속도와 범위가 엄청나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져 버린 것처럼 보인다.

 이미 일반 산업에서 정보화의 적용 문제는 선택이 아닌 생존과 직결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우리의 의료 현장에서 ‘의료정보화’라는 큰 그림은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의료기관에서의 의료정보화는 ‘OCS→PACS→EMR’의 방향으로 진행돼 간다. 99년 말 현재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종합병원 수는 277개로 업계에서는 이 중 침상 수 400개 이상의 대형병원 90% 이상이 이미 OCS 도입을 마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숫자로만 보면 의료정보화의 기본적인 준비는 상당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경쟁적으로 도입된 OCS의 활용이 환자의 진료 접수와 진료비 수납 등 병원 업무에만 치중돼 있고 진료 및 원외처방 전달 같은 진료지원 분야에서의 활용은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침상 수 400개 미만인 중소병원의 경우 OCS의 도입비중이 전체의 25%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등 활용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우선은 병원 입장에서 OCS는 직접 수익과 연결되지 않으므로 우선은 당장 수익이 되는 장비(PACS 포함) 등의 도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 없듯 제대로 된 OCS가 갖춰지지 않고서야 PACS와 EMR는 그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뒀을 때 향후 우리의 의료정보화는 우선 기본에 충실한 OCS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가 될 것이며 도입 후에는 진료 및 검사 등의 현장에서 적극 활용활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

 다행히 작년부터 국내 업계에서도 현장에서 진료 및 검사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장비와 솔루션의 개발에 성공했다. 아직 그 성과는 크지 않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이를 도입키로 했으며 해외시장을 통한 수출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산업으로서의 의료정보화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

 첫째는 적절한 가격의 지불과 관련된 부분이다. 통상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병원에서 구매하려고 할 때 경쟁을 통한 저가입찰로 공급자를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당장의 병원 예산을 절감시키는 데는 일조할지 모르겠으나 OCS 같은 고급 기술 제품을 구매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방식으로 최저가에 공급된 제품은 그 질적 완성도에 있어 기대치를 따르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을 관계자들은 모두 인정하고 있다.

 둘째는 사용자의 인식과 관련된 부분이다. 작년에 모 종합병원의 요청으로 모바일 시스템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담당자들은 사용되는 PDA의 화면이 작아 불편하다며 노트북컴퓨터에 자동차용 배터리를 몇 개씩 묶어서 밀고 다니는 기존의 방법을 고수하기도 했다.

 셋째는 공정한 경쟁이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의료정보화업계에서도 공정한 경쟁으로 승자가 결정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정보화의 물결은 그 영역과 대상을 가리지 않고 몰려오고 있으며 선택의 시간을 따로 준비해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의약분업 이후 보험법은 수시로 개정되고 있다. 또한 기술과 장비의 발달은 기존에는 꿈만 꾸던 상황을 바로 눈 앞에 가능토록 해주고 있기도 하다. 늘 그대로 있기에는 지금 우리의 환경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으며 의료정보화에 있어서 이제 변화와 혁신의 주체는 의료기관과 관련 업계 모두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