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3차 협상이 시작됐다. 특히 그동안 양사 협상과정에서 ‘수렴청정’ 해온 스티브 애플턴 마이크론 사장이 직접 3차 협상에 뛰어들어 급류를 예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마이크론의 적극성을 감안하면 양해각서(MOU)의 조기 교환 등 협상이 급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 왜 서두르나=마이크론은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MOU 교환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통해 협상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을 내놓았었다.
그런데 태도가 돌변했다. 협상팀이 예정보다 일주일 정도 일찍 방한한 것이 그렇다. 애플턴 사장이 직접 온 것도 매우 뜻밖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애플턴 사장의 방한을 박종섭 사장의 미국 방문에 대한 화답이라고 보고 있으나 뭔가 마이크론을 서두르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바로 D램 가격 급등이다. D램 가격이 치솟으면서 하이닉스의 독자생존론도 제기됐다. 마이크론의 태도 변화를 놓고 업계는 협상을 하루라도 빨리 진행시키는 것이 이롭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3차 협상의 쟁점=마이크론이 현재로선 하이닉스의 D램사업을 인수하고 비D램에 대해서는 지분을 참여하는 통합방식을 제안할 것으로 유력시된다.
문제는 하이닉스의 자산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다. 양사는 각각 재정자문기관인 살로먼스미스바니와 골드만삭스를 통해 하이닉스에 대한 실사를 마쳤다.
마이크론측은 D램사업만 인수할 경우 40억달러대라면 적당한 인수대금이라고 보나 하이닉스측은 적어도 60억달러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견해차가 20억달러 이상 나는 셈이다.
더욱이 최근의 D램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하이닉스의 미래가치 상승으로 견해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양사는 이번 3차 협상에서 이같은 가치평가에 대한 격차를 좁히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가치평가에 대한 이견만 좁혀지면 비D램부문에 대한 지분참여는 별다른 쟁점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채권단은 마이크론의 주식을, 하이닉스 경영진은 현금을 원하는 내부 문제가 있다.
이번 협상에서 크게 다뤄지지는 않겠으나 부채탕감을 포함한 채권단의 추가지원과 종업원 처리문제도 쟁점이다.
애플턴 사장이 이번에 직접 방한한 것도 협상과는 별개로 채권단과 정부에 대해 이같은 문제 해결을 포함한 확실한 ‘담보’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도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산가치에 대한 견해차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MOU 교환 후에 좁힐 수 있는 것”이라면서 “마이크론의 D램사업 인수 선언과 이에 뒤따르는 문제 해결에 대한 전반적인 합의가 이번 3차 협상의 결과물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