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는 얼굴에 재가 묻은 부엌데기였지만 나중은 화려했다. 하지만 그녀는 운명을 받아들일 줄만 알았지 스스로 개척하지 않았다.
민간기업의 연구개발(R&D)인력들은 저마다 신데렐라를 꿈꾼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운명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들은 끈기 있는 도전자이자 기업의 미래다. 특히 기술혁신이 극심한 이동통신분야의 R&D센터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남(경쟁사)보다 한 발 늦으면 수년간의 일이 헛수고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평생을 후회하게 된다. 그래서 기업 R&D센터는 언제나 불야성이다. 과연 국내 이동통신 연구분야는 누가 이끌어가는가.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통신연구소장인 천경준 부사장(55)은 민간기업형 R&D인력의 성공지표다. 그는 경북고등학교를 나와 한양대 전자공학학사(66∼70년), 경북대 산업대학원 회로·시스템 석사 및 경북대학원 전자공학박사(86∼89년)를 수료했으며 77년 삼성전자에 몸담았다. 이후 데이터개발그룹장(77년), 정보통신본부 무선사업부 무선개발팀장(95∼97년), 정보통신개발센터장(98∼99년), 정보통신총괄 통신연구소장(99년∼)을 역임했다.
천 부사장은 83, 85년에 전자식 키폰과 팩시밀리 개발에 힘입어 그룹 기술상을 수상한데 이어 88년 그룹 회장상을 받으면서 삼성전자 정보통신 R&D조직의 중심으로 등장했다. 특히 96년 휴대폰 국산화 개발 성과로 과학의 날 국무총리상을 수상, 이동통신 선두업체의 연구개발분야 수장이 될 기반을 마련했다.
그는 90년대 삼성전자 애니콜 신화의 불씨(R&D)였다. 천 부사장은 이제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을 향해 새로운 불씨를 지피고 있다.
삼성전자 IMT2000단말기술 연구팀장인 박상근 전무(50)는 지난 99년부터 비동기방식 IMT2000 표준화단체인 3세대파트너십프로젝트(3GPP)의 단말기분과위원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비동기식 이동통신 세대전환(2→3세대) 표준화단체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동기식 이동통신뿐만 아니라 비동기 분야에서도 세계 유명기업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비동기식 IMT2000서비스 도입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박 전무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는 추세다.
박 전무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미국 폴리테크닉대학원에서 전자공학박사를 수료했다. 이후 95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팀에 입사해 99년 동 사업부 전문기술그룹장 상무이사로 승진해 오늘에 이르렀다.
홍순호 전무(50)도 삼성전자 R&D분야 대표주자다. 그는 대광고등학교와 서강대학교를 나와 88년 삼성전자에 입사, 9년만인 97년 무선통신개발팀장(이사)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는 98년 이후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네트워크사업부의 코어(core)기술팀장, UMTS(비동기식 IMT2000)시스템 개발팀장으로서 관련분야 연구개발을 진두지휘했으며 현재 IMT2000 시스템연구팀장으로 재직중이다.
최근 홍 전무의 시선은 KT아이컴과 SKIMT에 집중돼 있다. KT아이컴의 비동기 IMT2000 시스템 벤치마킹테스트(BMT) 경쟁 4강에 든데다 SKIMT의 장비개발협력업체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두 비동기식 IMT2000 사업자로부터 어떤 결실을 거두느냐에 따라 홍 전무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것이다.
LG전자 차세대단말연구소장인 권성태 부사장(56)은 자신의 일을 즐기는 사람이다. 직업관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자신도 발전하고 조직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고 꾸준히 연구개발인으로서 역량을 키워왔다.
권 부사장의 업적에는 국산 1호가 많다. 77년 국산 1호 VCR 개발에 참여한 이래 82년 캠코더, 96년 개인정보단말기(PDA)를 만들어냈다. 그는 65년 대구경상공업고등학교, 74년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77년 LG정밀에 입사했다. 이후 LG전자 가전연구소 선임연구원(91년), LG전자 영상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92년), LG반도체 중앙연구소 부소장(2000년), LG정보통신 CDMA단말연구소장(2001년)을 거친 LG전자 연구조직의 큰 형님이다.
연철흠 상무(43)는 LG전자 차세대 통신연구소의 새로운 별이다. 지난 97년 LG전자에 입사, 차세대 이동통신 연구개발과 표준화연구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1년여만에 종합연구개발 체계를 갖추게 했다. 그는 IMT2000 합동작업반 창립위원이자 국제전기통신엽합(ITU) 무선전송기술 평가권고안의 검증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국내 IMT2000 초기 연구기반을 조성한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연 상무는 77년 청주고등학교, 81년 서강대 전자전기공학과, 93년 한국과학기술대학원 전기·전자공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지난 80년 금성전기를 통해 사회에 얼굴을 내밀었고 데이콤(95년), LG전보통신 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97년), LG정보통신 차세대통신연구소장 및 IMT2000시스템 연구그룹장(99년)을 거쳤다.
특히 국내 IMT2000 표준(동기·비동기)논쟁에서 비동기 방식의 우월성을 주장하면서 회사 안팎으로 얼굴을 널리 알렸다.
LG전자 CDMA시스템연구소장인 박봉빈 상무(47)는 81년 금성통신 연구소에 입사해 사설교환기 소프트웨어 개발에 투신했다. 이후 국책과제인 TDX계열 교환기, CDMA 이동통신시스템 개발의 실무 책임자로 참여했다. 이를 바탕으로 LG전자 CDMA시스템연구소의 머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박 상무는 73년 동인천고등학교, 78년 성균관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금성통신 소프트웨어 개발팀 주임연구원(81∼87년), 금성반도체 정보통신연구소 선임연구원(90∼95년), 금성정보통신 교환연구단 책임연구원(96∼99년), LG정보통신 이동통신연구소 책임연구원(2000년), LG정보통신 이동통신연구소장(2001년 9월)을 거친 LG전자그룹 정보통신시스템분야의 산증인이다.
박종술 상무(49)는 LG전자 통신단말분야의 리딩 히터. 지난 78년 금성통신 연구소로 입사해 손가락으로 돌리던 로터리 다이얼을 푸시 버튼 다이얼로 바꾼 키폰 개발에 15년간 참여했다. 이후 본격적인 통신단말기 연구개발사업에 뛰어들어 96년 말부터 LG전자 유무선단말연구소장, 97년 유럽형 이동전화(GSM)단말기 개발 그룹장, 98년 무선가입자망(WLL)기기 개발부문장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CDMA단말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박 상무는 71년 청주고등학교, 79년 연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으며 LG전자 수석부장(78∼98년), 통신연구소 신사업개발실 책임연구원(98년), WLL개발단 책임원구원(99년), 이동단말 소프트웨어 그룹 연구위원(2000년)을 역입했다. 그는 지난 99년 25년 근속상을 수상할 정도로 성실한 연구개발인이다.
현대시스콤 신인철 전무(53)는 국내외 학계와 산업계에서 두루 경험을 쌓은 통신시스템 분야의 R&D 대표선수다. 벨 및 모토로라연구소(84∼95년)에서 통신시스템 연구개발원으로 활동했으며 국내 CDMA시스템(92∼95년)개발에도 참여했다.
신 전무는 95년 1월 현대전자산업으로 자리를 옮긴 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주관하고 삼성, LG전자와 함께 CDMA 디지털 이동통신시스템 국책 연구개발과제에 참여해 이동통신용 교환기(MSC), 가입자 정보처리장치(HLR), 지능망(WIN), 기지국(BTS), 기지국 제어장치(BSC) 등의 개발을 총괄했다. 이후로도 턴키베이스 이동통신 수출을 가능케 한 기지국 엔지니어링 기술(96년)과 초소형 기지국(98년)을 상용시키는 데 일조했다.
신 전무는 99년 하반기부터 동기식 IMT2000 시스템 개발에 착수해 초기모델(cdma2000 1x)개발을 완료했으며 향후 무선 데이터 통신용 인터넷 프로토콜 및 비동기 IMT2000 시스템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68년 경복고등학교, 73년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과학원 전기전자공학과석사(73년), 미국 미시간대학원 전기전자공학과석사(84년)를 수료했다. 그는 또 금성통신(75∼80년), 벨 노던 연구소(84∼89년), 모토로라연구소(89∼95년), 현대전자산업 통신연구소장(95∼2001년)을 거쳐 현재 현대시스콤 통신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