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비리 게이트`…벤처 성장 `발목`

 지난해 잇따라 터진 ‘게이트’사건이 일반의 대 벤처정서 악화와 벤처기업 및 관련업계의 사기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벤처거품 제거’와 ‘수익모델 창출’로 회생의 기회와 재도약을 준비중인 유망 벤처기업들까지 위축될 우려가 높아져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벤처업계 반응=연이은 ‘게이트’로 일반의 시각이 “그럴 줄 알았다” “결국 벤처가 머니게임의 온상이 아니냐”는 등 전체 벤처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지면서 관련업계와 정부당국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벤처업계는 “그동안 연이어 터진 네개의 ‘게이트’ 사건은 한개 사건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벤처와 전혀 상관없는 경우에 해당된다”며 “최근 패스21사건이 벤처 무용론(無用論)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면서 도약과 성숙을 기하는 벤처관계자들의 어깨를 처지게 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도 정권교체를 앞두고 차기 정부가 과연 계속해서 적극적인 벤처육성 드라이브를 가져갈지, 어떠한 방식으로 관련정책이 변화할지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 상당수 벤처기업이 정권교체 이전인 올해안에 코스닥 등록을 마무리짓는 방향으로 전략수정에 나서고 있다. 네트워크 장비전문업체인 A사는 최근 내년 상반기로 계획했던 코스닥 등록을 올 하반기안으로 앞당기기로 하고 새해전략을 수정했다.

 ◇그래도 벤처가 희망=벤처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게이트’ 를 ‘벤처게이트’로 잘못 해석하는 점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함께 벤처산업이 국내경제에 미친 공과에 대한 평가·분석이 뒷받침된다면 곧 신경제 패러다임의 주체로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당국도 그간 우리경제에서 벤처산업의 거둔 성과를 분석하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으며 최근들어 ‘선택과 집중’ ‘시장원리’에 입각한 벤처 육성 및 지원책을 강구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은 “지난 몇년간 정부가 추진해온 벤처육성정책이 어느정도 성과를 나타내고 있고 이젠 한단계 도약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벤처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벤처인들은 기술 개발과 수출, 투명경영 등 벤처정신에 입각한 기업활동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대책=김대중 대통령은 8일 오전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일부 벤처기업이 문제를 일으켜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으며 불행하게도 일부 공무원까지(벤처비리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국민을 볼 면목이 없다”면서 “벤처비리는 가차없이 철저히 척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책과 벤처기업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기여한 점을 설명한 뒤 “그러나 몇몇 몰지각한 벤처기업인 때문에 국민에게 면목없는 사태를 목격하고 있으며 국민이 부패고리·뇌물수수 등에 대해 통분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벤처기업들이 자정노력을 하고 정부도 권장해 다시는 벤처업계에서 부정이 없도록 해야 한다”면서 “옥석을 구분해 이런 부정이 없도록 해야 하고 밝혀내지 못한 부분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진승현·윤태식 게이트’ 등 벤처기업과 관련된 비리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일벌백계의 처벌,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지시한 것으로 사정당국 및 관계부처의 엄중한 후속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김 대통령은 “벤처기업이 문자 그대로 국운을 열어가는 선구자적 역할을 하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면서 “관계장관들의 각별한 관심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