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에 부는 대변혁 바람>(4)제조업체 반격

 ‘더 이상 벼랑끝으로 내몰릴 순 없다.’

 올해 전자양판점·대형할인점 등 신유통점이 세불리기에 적극 나섬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업체는 대리점의 대형화와 디지털화 전략으로 맞대응함으로써 현재의 위기상황을 탈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까지 디지털 가전제품이 시험적인 시장 진입의 시기였다면 올해는 디지털방송이 확대되고 특소세 인하효과로 인해 디지털제품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고 이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진다는 것.

 재래가전을 놓고 상권내 유통채널간 싸움이 격화되면서 제살깎기식 경쟁을 벌여 대리점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기보다는 신유통점이 아직 세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디지털 정보가전 시장에 먼저 진입, 수익성 확보와 경쟁력 강화란 두마리 토기를 동시에 잡기로 한 것이다.

 또 디지털 정보가전분야는 먼저 시장에 진입하면 한번 앞선 자가 점점 더 앞서나가는 선순환의 경쟁원리가 적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이 신흥시장을 선점해 과거의 시장 주도권을 확고히 찾을 수 있는 반전의 기회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만의 하나 제조업체의 이러한 전략이 실패했을 때는 현재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시장주도권마저 영영 잃게 되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올해부터 전자양판점들도 기존 ‘싸게 판다’는 양판점의 개념을 탈피하고 디지털TV 등 첨단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전자전문점의 입지를 굳혀나갈 계획이어서 디지털 정보가전시장에서 만만치 않은 경쟁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조업체는 신유통에 디지털 정보가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전속유통망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속대리점을 수술대 위에 올려 놓고 과감한 구조조정의 메스질을 가해 유통경쟁력을 강화하거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전속대리점은 도려내고 우수한 전속대리점은 살아남을 수 있게 끔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한다는 것이다.

 뼈를 깎는 전속대리점의 혁신없이는 지금처럼 신유통의 바잉파워와 가격경쟁력에 눌려 결국엔 시장을 내주게 돼 제조업체와 전문대리점 모두 적자에 시달리는 이웃 국가인 일본의 유통시장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대형할인점과 전자양판점에 대응하기 위해 직영유통망인 리빙프라자와 하이프라자를 100평 이상의 대형 매장으로 100% 전환하고 서비스센터도 함께 입주해 고객만족과 집객력을 대폭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 800∼1000개 우수 전속대리점을 디지털 정보가전을 취급하는 디지털 전문점으로 신속하게 전환하고 최소 50평 이상의 중형 매장으로 전환함으로써 소상권을 공략하려는 신유통에 적극 대응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올 6조원대의 전자유통시장에서 이러한 자체 유통망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는 ‘마지노선’인 시장점유율 50%를 끝까지 사수한다는 게 제조업체들의 올해 사업전략의 핵심인 셈이다.

 전속대리점 하나 없이 판매망을 전자양판점에 의존해 온 하이마트와의 갈등으로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판로를 확보하는 데 애를 먹는 고통을 겪고 있는 대우전자의 사례는 제조업체들에게 돈주고 살 수 없는 값진 교훈을 던져주었으며 그 결론은 유통망 혁신으로 매듭지어질 수밖에 없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