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용 교수 / 숭실대학교 컴퓨터공학부
우리정부는 그동안 약 48회의 개혁을 단행했다. 하지만 정부행정업무의 본질적인 개선보다는 생색내기에 그치는 우를 반복한 점이 없지 않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국가정보인프라(NII), 인터넷 이용률, 휴대폰 및 PC 보급률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국제경쟁력은 OECD 가맹국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해외 선진국은 정부기능을 본질적으로 재검토해 개혁을 단행해 왔고 그 효과를 국민 개개인이 누리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차기 정부는 ‘전자정부’ 구현에 힘을 실어야 할 것이다.
많은 석학들이 주장한 바와 같이 전자정부에 앞서가는 정부가 결국에는 미래 세계의 경제 및 군사패권을 거머쥘 것이다. 일본이 전자정부 구현에 실패해 지난 13년간 경제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동안 미국·영국 등은 전자정부 구현을 통해 어려웠던 경제를 회복하고 세계 패권을 다시 잡았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바람직한 전자정부의 비전을 간결하게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나라의 전자정부는 정부 및 공공기관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통합하여 안보, 외환 등의 국가적 위기에 체계적이고 결집된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지난 2000년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선언한 바와 같이 우리의 전자정부도 종이없는 정부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행정 및 대국민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문서를 국제표준(Global Standards)에 따라 디지털방식으로 표준화하고 법적으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공공부문에 전자거래방식을 도입하여 대국민 민원 및 행정서비스의 속도를 제고하고 정부와 국민간 정보교환 및 공유수준을 높여야 한다.
넷째, 공공부문에 동시공학개념을 도입해 정부행정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정부기관간 협력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 기업간 모든 거래에도 동시공학을 적용하여 기업의 경영혁신을 유도하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전자정부의 역기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전자정부는 기회균등 및 공개경쟁을 촉진하지만 이를 역행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개인정보 누출로 인한 프라이버시침해와 정보격차 등은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 보완해야 한다.
여섯째, 남북통일에도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전자정부를 통해 남북이 정부기능을 합리적으로 통합·협력할 수 있으며 언어·관습·제도 등의 다양한 차이를 극복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보다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또한 통일비용을 최소화해 효율적인 남북통일을 이룰 수 있다.
끝으로 전자정부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질서와 공무원의 가치관 확립이 필요하고 이를 존중하는 신공공문화도 창출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은 전자정부의 중요성을 수없이 강조했으나 집권 후에는 전자정부 정책은 늘 뒷전으로 밀렸다. ‘전자정부’가 차기 정권에서는 국가생존의 최우선정책으로 다루어지기를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