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과 AMD가 다시 CPU 전쟁을 벌이고 있다. AMD의 도전과 인텔의 응전이 반복되는 CPU 전쟁은 각종 신기술의 경연장이다.
AMD가 클록주파수가 아닌 클록당 실행수(IPC:Instruction Per Clock)라는 개념을 앞세워 인텔을 공격하고 나선 상황에서 인텔은 2㎓를 넘어 2.2㎓ CPU를 선보였다. 아직까지 판매량이나 대중적인 인지도 면에서는 인텔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AMD의 도전도 거세다.
이번주에는 CPU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연 제품이 인텔에서 나왔다. 속도 경쟁보다 한 차원 높은 제조 공정의 업그레이드다. 바로 0.13미크론 제조 공정으로 만든 제품이 최초로 양산된 것이다. 0.13미크론 제조 공정은 CPU업체에 큰 의미를 갖는다. 제조 공정의 수치가 적어질수록 웨이퍼 활용의 효율이 높아져 제품 단가를 낮출 수 있다. 또 CPU의 회로 폭이 좁아져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반면 제조 공정 자체가 어렵고 발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0.13미크론 제조 공정으로 만든 펜티엄4는 이른바 CPU 기술의 최첨단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0.13미크론 제조 공정으로 만든 펜티엄4는 흔히 노스우드라고 불린다. 이전에 0.18미크론 제조 공정의 펜티엄4를 윌라매트라고 한 것과 마찬가지로 양산 이전 단계의 코드네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이번 벤치마크는 최근 출시된 0.13미크론 제조 공정의 인텔 펜티엄4와 IPC를 더욱 높인 AMD의 애슬론XP 2000+를 비교한다. 두 제품 모두 최신 CPU이기 때문에 상당히 높은 성능을 자랑한다. 물론 가격도 가장 비싸다.
두 제품 모두 아직 대중성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3개월 내지 6개월이 지나면 가장 많이 팔리는 컴퓨터의 CPU가 될 것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최신 컴퓨터를 구입하려 하거나 올해 여름에 컴퓨터를 사려는 사용자는 이번 벤치마크가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각종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펜티엄4의 변화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전 윌라매트 펜티엄4에 비해 노스우드 펜티엄4는 상당한 성능 향상을 나타냈다. 특히 캐시 용량을 늘린 것이 효과를 봤다고 여겨진다.
노스우드 펜티엄4는 L2 캐시량 증가에 따라 성능 향상을 보였다. 이로 인해 노스우드 펜티엄4는 윌라매트 펜티엄4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한 셈이라 보인다. 이외에도 2.2㎓에서 보여준 성능 역시 클록 대비 성능 향상을 보여 앞으로의 고클록 프로세서에 대한 기대가 가능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지금까지 많은 벤치마크 결과에서 펜티엄4가 애슬론에 뒤지는 양상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미세한 차이지만 펜티엄4가 애슬론XP보다 앞선 결과를 보였다. 0.13미크론 제조 공정이라는 신기술과 L2 캐시 용량의 증가가 요인으로 풀이된다.
물론 애슬론XP 2000+도 선전했다. 일부 테스트에서는 노스우드 펜티엄4보다 좋은 결과를 보였다. 클록 주파수가 낮은데도 펜티엄4에 필적할 만한 성능을 보인다는 것은 인상적이다. 애슬론XP는 기존 CPU 구조를 유지하면서 클록 주파수를 올린 경우지만 IPC에 중점을 두고 있어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다. 결국 이들 CPU는 클록 주파수를 높이는 데 주력한 것과 IPC에 중점을 둔 것으로 구분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두 제품의 성능은 무승부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성능 외적인 요인이 평가 기준으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
노스우드 펜티엄4는 L2 캐시량 증가로 인한 가격상승 여부가 관건이다. L2 캐시량의 증가에 따라 성능 향상은 기대치 이상이므로 노스우드 프로세서의 진출은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성능만을 평가했을 때고 소비자들이 이들을 평가할 때에는 가격을 함께 감안하게 된다.
인텔이 항상 그러하듯이 최고 클록의 프로세서는 그 가격의 적절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위 제품에 대한 현실적인 시장 반영이라는 의미다. 요즘 들어 인상되고 있는 메모리 가격과 이에 따른 CPU 가격 상승, 그리고 CPU 품귀 현상을 감안한다면 대중성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노스우드 펜티엄4의 성공 여부는 가격적인 요소에 따라 결정날 것이다.
애슬론 XP 2000+의 관건은 폭넓은 인지도와 메인보드의 지원 여부다. 이번 벤치마크 결과에서 보듯이 AMD의 주장처럼 동작 클록이 프로세서의 성능을 나타내는 척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클록이 아닌 낮은 클록임에도 선전한 것은 인상적이다. 더욱이 IPC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니 애슬론의 앞날은 밝아 보인다.
하지만 AMD 애슬론 XP에 대한 프로세서가 많은 홍보를 진행했다고 하더라도 인지도 면에서는 단기간에 인텔을 따라잡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컴퓨터를 잘 모르고 별다른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이러이러한 용도로 컴퓨터가 필요하다고 조언을 구할 때에 애슬론을 권하면 그게 뭐냐고 되묻는 경우도 있다. 마치 윈도 자체가 운용체계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CPU=펜티엄’이라는 등식이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박혀 있다.
현실적인 문제를 들자면 애슬론을 지원하는 메인보드와 칩세트가 인텔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전에 비한다면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이러한 지원은 앞으로도 지속될 필요가 있다. 또 OS와 연계된 부분에서도 사용자들이 많은 작업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분석=김정진 jinni@kbench.com>
인텔 - 노스우드 펜티엄4
윌라매트 코어 펜티엄4 2㎓
노스우드 코어 펜티엄4 2.2㎓
펜티엄4 출시 이후에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인텔 CPU를 선호하면서 최상위 성능을 바란다면 펜티엄4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기존 펜티엄4의 코드명은 윌라매트고 새로 선보이는 펜티엄4 코드명은 노스우드다. 두 제품의 코어는 다소 차이점을 두고 있다. 기존에 인텔에서 선보였던 프로세서의 로드맵을 보면 FSB 클록의 증가, L2 캐시량의 증가 그리고 공정 개선 등의 갖은 방법을 그들이 정한 순으로 적용시켜왔다. 구조의 변화보다는 구조의 효율을 보다 높이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고 그것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새로운 구조를 선보이는 방식이다.
기존 윌라매트 코어의 펜티엄4에서 노스우드 코어의 펜티엄4 로 변하는 시점에서 가장 크게 필요했던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펜티엄4 구조의 복잡함을 보다 효율적으로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L2 캐시량의 증가가 가장 크게 필요했을 것이다.
만일 메모리와 연관되는 데이터 처리량을 증가시키고 발열이나 전력소비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였다고 한다면 FSB133 채용 및 공정 개선의 방법이 동원됐을 것이다. 결국 새로운 펜티엄4는 내부 아키텍처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L2 캐시를 늘리는 방법을 택했고, 현재의 OS 및 애플리케이션 구조에 L2 캐시의 증가가 적절하게 작용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성능 테스트의 결과로 검증될 것이고, 그 외 부분에서의 차이점은 동작전압이 제조 공정의 개선으로 낮아졌다는 점과 그로 인해 전력 소비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노스우드 코어의 펜티엄4 2㎓의 전력소비량이 52.4W라는 것은 기존 윌라매트 코어의 1.5㎓ 이하의 전력 소비량이므로 앞으로도 인텔은 고클록으로 갈 수 있는 길을 터 놓은 상태다.
AMD - 애슬론XP 2000+
(설명) 사진은 Y벤치마크front.jpg
작년 10월 AMD는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애슬론XP라는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실제 동작클록이 아닌 IPC라는 새로운 표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도 풀이할 수 있는 이 표기법은 대체로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다. 이미 많은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에서 인텔의 펜티엄4와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 강력한 성능을 보임으로써 클록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었다.
AMD는 1.33㎓로 동작하는 애슬론XP 1500+를 시작으로 1600+, 1700+, 1800+를 동시에 출시했으며, 11월 5일에 1900+까지 출시하면서 2001년 말을 화려하게 마치게 됐다. 그 후 약 2개월이 흐른 지금, AMD는 드디어 애슬론XP 2000+를 내놓게 되었다. AMD는 한동안 주춤하던 애슬론의 클록 향상을 계기로 다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물론 살펴볼 애슬론XP 2000+가 기존 애슬론XP에 비해 다른 기능이 들어간 것은 아니다. 단지 클록이 올라갔을 따름이다. 물론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과거 AMD가 1.4㎓에서 한동안 주춤할 때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사용자들의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꾸준히 클록을 높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제품은 기존 제품의 외형과 거의 같다. 얼마 전부터 황색에서 녹색으로 바뀐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신제품도 녹색 패키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결과는 황색 제품이었다.
내부 구조도 가의 같다. 코어 크기나 재질, 브리지의 개수가 모두 동일하다. 코어에 적혀있는 제조주차를 보면 2001년 45주로 돼 있어 이 제품이 이미 11월 초에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출시가 늦은 이유는 수익 극대화 시점을 지금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달라진 것은 L3브리지다. 애슬론XP 2000+과 애슬론XP 1800+은 두 제품 모두 L1 브리지는 끊겨있으며 나머지 브리지들도 동일하게 이어져 있거나 끊겨 있다. 다만 L3 브리지만 다르게 돼 있다. 이것은 클록 주파수를 높이기 위한 배수 조절에 필요한 구조라고 보인다.
제품 사양 표
애슬론XP 2000+ 노스우드 펜티엄4 2㎓ 노스우드 펜티엄4 2.2㎓
인터페이스 소켓A 소켓478 소켓478
제조공정 0.18미크론 0.13미크론 0.13미크론
동작전압 1.75V 1.5V 1.5V
L2 캐시 256 512 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