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커런트]무선 금융서비스 사업모델

 무선통신 서비스의 기술발전 및 보급에 힘입어 무선금융서비스가 활기를 띠고 있다. 미국 찰스슈왑과 캐나다의 몬트리올은행 등 대형 금융기관들이 최근 다양한 서비스에 나서는 등 무선금융서비스의 수요는 많지 않지만 보급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특히 기존의 서비스 내용에 비금융적인 기능을 통합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시장의 성숙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금융서비스업체들에 사업의 장기적 생존능력을 보장받기 위해 소비자 수요변화에 대처할 것을 권고한다. 또 무선시스템을 유연한 형태로 구축하는 한편 요금 수입보다는 고객관계 개선을 지향하는 무선서비스를 설계하도록 주문한다.

 가트너와 전자신문이 공동으로 기획하는 ‘EC커런트’ 이번 주 주제는 무선금융서비스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한 업체들의 대응전략에 대한 내용이다.

 

 각국에서 무선금융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무선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충족되면서 도입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 추세라면 오는 2004년 금융서비스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의 무선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선금융서비스는 무선인프라가 기본이다. 단말기의 경우 사용자 증가세와 용도의 다양성을 감안할 때 보급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사용중인 무선단말기는 5억대로 추정되며 2005년에는 10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한햇동안 무선통신 음성 및 데이터를 이용하기 위한 소비자들의 지출도 3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가트너에 따르면 미국내 전체 성인들 중 60%가 무선단말기(아날로그 또는 디지털)를 소유하고 있고 영국 일부 지역과 일본에서는 사용률이 80%에 접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해서 무선금융서비스가 순탄하게 진행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금융서비스 업체들은 자원을 어디에, 어떤 방법으로 집중할 것인지 선택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할 무선 서비스가 무엇이며 이러한 서비스와 관련한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안정화될 것인지 하는 점들을 예측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금융서비스 업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트너는 5단계에 걸쳐 시장 진화과정을 추적하는 시장모델을 작성했다. 모델들은 소수의 초기 도입자들이 사용한 선도적 활동에서부터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당연시하는 발전된 활동에 이르기까지 소비자 행동양식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소비자들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지난 2000년 5월 기준으로 미국 소비자들 50만명이 무선뱅킹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오는 2003년 말이면 이 수는 260만명으로 늘고 2005년 말이면 다시 3배 정도 증가해 7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그림 1:미국의 온라인 뱅킹과 거래 규모

   자료:가트너G2, 2001년 5월

 

 무선뱅킹이 전통적인 ‘유선’ 온라인 거래를 밀어낼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지만 가트너는 소비자들의 태도와 무선통신 사용을 감안할 때 오는 2010년까지 무선금융서비스는 다음과 같은 5단계에 걸쳐 점진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본다.

 

 첫째, 마찰(abrasive)단계다. 이 단계에서 소비자들은 무선단말기의 사용을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며 서비스 이용도 많지 않다. 다음은 회피(evasive)단계로, 소비자들에게 무선통신 서비스의 장점이 어느 정도 인식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을 재빨리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지 않다. 셋째, 설득(persuasive)단계로 단말기·서비스 및 접속이 하나로 수렴되기 시작하고 실제로 호소력 있는 가치를 제공하기 시작한다. 소비자들에겐 가능한 많은 무선장치들을 사용하도록 설득한다. 넷째, 침입(invasive)단계로 무선접속의 진정한 가치가 새로운 시장과 서비스 출현의 계기가 된다. 마지막은 확산(pervasive)단계로 무선서비스가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는다.

 ◇그림 2:무선 금융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채택 모델

   자료: 가트너G2, 2001년 10월

 이들 다섯단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마찰단계에서 무선금융서비스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유용한 것으로 간주되지 못하고 따라서 채택되지도 못한다. 무선접속은 문제 투성이고 사용 가능한 금융서비스 거래의 유형은 매우 제한돼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무선금융서비스를 사용하기 어려운 일상적 메시지 교환 수단정도로 생각한다.

 이 단계에서는 기술적 제약이 분명해 단순한 전화통화로 실질적 도움을 얻을 수 있는 한 대부분 소비자들은 무선금융서비스 거래에서 아무런 가치도 발견하지 못한다.

 회피단계에서는 휴대폰과 PDA를 통한 자금이체 등의 금융거래를 이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PC기반의 풀 컬러·고속 통신을 통한 인터넷 경험을 되새기면서 기대치는 더욱 커진다. 하지만 소형 흑백화면, 느린 연결속도, 실망스러운 무선 브라우저는 가치있고 실용적인 거래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를 무너뜨린다.

 이 단계에서는 단말기 가격이 하락하고 무선서비스 가능 범위가 개선된다. 기업 이외 사용자들의 경우 제한적인 기능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최첨단을 사용하고자 하는 욕구로 개인적인 금융서비스 거래를 위해 무선서비스를 시험하기 시작한다.

 설득단계에서 무선금융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는 보다 현실적으로 바뀐다. 소비자들은 무선거래에 관해 가장 중요한 것이 거래가 성공하는 것이며 다양한 벨소리 서비스가 거래를 향상시키지는 않는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소비자들 중 일부는 인터넷 거래가 꼭 PC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혜택이 있다는 점을 인식한다. 결제 및 위치기반 서비스와 같은 추가기능들을 이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러한 무선서비스를 제한적인 환경에서만 사용한다.

 이 단계에서 금융서비스 거래는 무선서비스가 다소 실용성을 갖추고 소비자의 기대치가 무선서비스의 현실에 근접해감에 따라 소비자가 인식하는 서비스의 가치는 커진다. 또 무선 보안기준의 제정과 이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구축된다.

 침입단계에서는 고급 단말기 기술과 고속 광대역 통신기술이 실현된다. 네트워크 사용가능 범위는 공간에 제한을 받지 않을 정도로 개선된다. 단말기 화면과 프로세서는 보다 복잡한 작업을 지원한다.

 과거 일회성에 그쳤던 무선서비스 사용은 지속적인 활동으로 발전한다. 무선단말기는 소비자와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고 버추얼스토어, 무선 쇼핑 및 판매 현장에서의 결제 수단과 같은 기능들이 흔하게 사용되는 필수 도구로 자리잡게 된다.

 이 단계에서 금융서비스 거래는 궁극적으로 무선단말기가 금융정보를 무선으로, 그리고 선별적으로 공개하기 위한 게이트웨이로 자리잡음에 따라 무선금융서비스의 편의성과 이점이 보다 뚜렷하게 드러난다. 후불 결제가 이뤄지고 신용카드가 사라진다.

 확산단계에서 단말기의 기능, 서비스 제공, 네트워크 기능 및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친화도는 한 점으로 수렴되면서 일상 생활과 완전히 통합한다. 소비자는 손가락 끝으로 △금융서비스 계좌조회 및 거래상황 추적 △신분 증명 및 현금이 필요없는 대출 △가족이나 친구가 가까운 곳에 있는지 자동 표시 △가정용 냉장고에서 식료품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쇼핑 목록의 원격 전송 △이동 중 마케팅 정보, 비디오 및 음악파일을 휴대형 단말기나 원격 단말기에 다운로드 △기업 및 개인 용도의 영상 회의 등 다양한 거래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 단계에서 단말기 제조기술, 서비스 기능, 네트워크 성능 및 소비자의 소비관행 등이 통합되면서 무선금융서비스는 더 이상 단순히 편리하거나 중요한 정도가 아니라 없어서는 안될 필수 서비스로 자리잡게 된다. 특히 무선금융서비스는 모든 다른 종류의 무선 거래 및 통신과 완벽히 결합해 금융 또는 여행 관련 서비스, 쇼핑 기반 기능에 대한 설명은 사실상 불필요해진다.

 그렇다면 현재 기술수준은 어느 단계에 있을까. 음성통신을 제외한 무선의 사용에 있어 대부분의 국가들은 도입단계에 머물러 있다. 디지털 단말기를 통해 주고받는 인터넷 데이터 양은 2000∼2001년간 분명히 증가했지만 무선애플리케이션 프로토콜 인터페이스의 이용률은 아직도 미미하다. 미국 소매 은행들을 대상으로 한 지난해 한 가트너 조사를 보면 무선애플리케이션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미국 소비자들 중 단 15%만이 거래에 만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무선단말기의 판매는 늘고 있지만 이 단말기들을 금융서비스 거래를 위해 사용하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용률이 저조한 근본 원인은 기능이 아직 빈약하기 때문. 미국의 경우 금융서비스 업체들 중 무선서비스를 시작한 업체는 소수에 지나지 않으며 대형 중개업체들과 중대형 은행 중 8%만이 무선서비스에 진출한 상태다.

 따라서 금융서비스 업체들은 무선서비스 사업의 예상되는 이익은 결코 서비스 요금 상승에서 창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금융서비스 업체는 새로운 채널의 이용에 대해 요금을 받지 않아야 한다. 인터넷 뱅킹과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은 표면상 금융서비스 공급자의 비용을 절감해주는 서비스 제공 방법, 특히 셀프 서비스 채널을 사용하면서 이에 대해 요금을 지불하는 것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이외의 다른 국가들이 이 과정 만큼은 앞서 있다. PC기반 인터넷 접속에 대한 신뢰도 부족으로 인해 서유럽과 일본은 무선단말기를 사용한 인터넷 정보 접속방식을 신속히 받아들였다.

 이를 기반으로 가트너는 금융서비스 업체들에 대해 아래와 같이 충고하고 있다.

 첫째, 무선서비스 사업의 장기적 생존능력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변화하는 소비자 수요에 대처하라는 것이다. 서비스 범위가 늘고 소비자의 기대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금융서비스 업체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향상된 기능을 필요로 하게 된다. 여기에 맞춰 소비자의 수요도 변화한다.

 둘째, 전체 채널전략에 맞추어 쉽게 수정할 수 있도록 무선시스템을 유연한 형태로 구축해야 한다. 무선 분야에 반영되는 기술과 소비자들의 태도는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변화에 신속히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만이 힘을 잃지 않는다.

 셋째, 요금 수입보다는 고객 관계와 셀프 서비스 개선에 초점을 맞추어 무선 서비스를 설계하라. 투자로부터 현실적 수익을 기대하지 않을 때 무선서비스 사업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럴 경우 무선서비스의 합리적 근거는 고객들의 생각에 기초를 둬야 한다.

 <정리=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