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LCD 핵심 생산설비·기술 헐값 매각 자성론 `수면위로`

 해외자본 유치를 명분으로 활발히 진행된 국내 핵심 생산설비와 기술의 매각이 실제로는 알짜기업을 헐값에 내다 판 결과만 초래했다는 반성론이 업계 안팎에서 새삼 일고 있다.

 특히 시간에 쫓겨 제대로 된 가치평가도 없이 이뤄지는 ‘속전속결식’ 해외매각 작업이 이같은 악순환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만에 매각될 하이디스(옛 하이닉스반도체 TFT LCD 부문)의 이천공장과 삼성전자가 페어차일드에 판 부천 반도체공장. 두 공장은 매각 직후 매출이나 수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하이닉스반도체와 삼성전자의 속을 끓게 만들고 있다.

 ◇하이디스=하이디스는 지난해 9월 대만 캔두 컨소시엄과 매각을 위한 본계약 체결 직후부터 LCD 가격이 폭등했다. 이 회사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매각설이 나돌면서 거래선과 관계가 악화되고 수요가 부진해 매출이 1억2000만달러에 못미쳤다. 그러나 하반기들어 15·17인치 모니터용 제품으로 신규수요를 창출하고 가격마저 회복세를 보이며 2억2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11, 12월에 각각 5000만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데 이어 1월에도 5500만달러로 매출이 급상승하면서 올 2분기에는 영업이익도 낼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자 업계에서는 본계약 당시 하이디스의 미래가치가 너무 과소평가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 LCD업계 관계자는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서둘러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반도체 못지않게 중요한 TFT LCD 사업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더욱이 하이디스를 인수할 캔두 컨소시엄이 자금조달에 있어 불안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어 업계를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페어차일드코리아(옛 삼성전자 전력용반도체사업부)=페어차일드코리아는 삼성전자 시절인 97년부터 본격적인 흑자국면에 들어갔음에도 불구, 당시 재계에 분 대기업 사업구조조정 선풍에 밀려 해외에 매각된 첫 사례. 그러나 페어차일드는 4억5000만달러에 팔렸지만 매각 첫해인 99년 5억3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2000년에 20% 이상 성장, 7억달러에 육박하는 실적을 거뒀다.

 또 지난해에는 경기악화의 영향은 있었지만 20% 하락에 머물러 선전했고 무역의날에는 ‘4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으며 아시아 전력용 반도체 시장의 점유율을 70%로 끌어올리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 지난해말 방한한 커크 폰드 페어차일드 회장은 “가장 성공한 인수합병 사례”라고 말했다.

 그래서 페어차일드코리아 임직원들은 아직도 삼성전자 시절을 그리워한다. 한 직원은 “삼성전자에 남아있다면 생산시설과 전문인력이 집중된 부천공장이 삼성전자가 최근 집중 육성하는 비메모리사업의 선봉에 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도 “이젠 지난 일”이라면서도 “부천공장은 삼성반도체가 비메모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가장 필요했던 사업장”이라며 못내 아쉬워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