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회사에서 마케팅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SK가 이제는 ‘복합운송주선사업자’로 등록, 물류시장에 공식적인 얼굴을 내민다. 지난해 이미 회사 정관개정을 통해 물류업을 신규사업으로 추가한 SK가 제도권 진입을 위한 대외적인 공언을 하는 셈이다.
SK는 자사 운전고객사업본부 화물차 신규사업팀인 내트럭(http://www.netruck.co.kr)의 사업강화를 위해 오는 1분기 내 복합운송주선사업자로 신규 등록키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이는 SK가 조만간 3자물류, 나아가 정보기술(IT) 서비스까지 가미한 사이버물류 사업자로 탈바꿈할 것임을 공식 선언하는 것이다.
현행 화물유통촉진법상 화물운송 중개업은 사업자 등록을 해야만 영위할 수 있는 사업. 비록 인터넷 방식이긴 하지만 공차정보 제공 및 온라인 화물알선을 기본적인 사업모델로 삼고 있는 내트럭으로서는 어차피 피해갈 수 없는 관문이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SK가 사업준비 기간을 포함, 만 2년째를 맞이하는 내트럭 사업에 대해 왜 이제서야 법적요건을 갖추는지 주변의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더욱이 지난 99년 관련법령이 개정되면서 사업자 등록요건도 대폭 완화돼 이같은 궁금증은 더욱 크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최근 SK 내트럭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주무부처인 건교부로부터 위법성 통고를 받으면서 촉발됐다. ‘온라인 공차정보 및 관련정보 제공이 주업이라도 사업목적이 화물운송 주선이므로 등록자격을 갖춰야 한다’는 게 건교부측의 유권해석.
그러나 SK가 주선업자로 등록을 결정하기까지는 밝히기 힘든 속사정이 있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현재 내트럭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이자 영업조직으로 회원가입 및 화물거래를 일선에서 도맡고 있는 화물주선사업자들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고민이 있었다. 파트너십이 무르익기 전에 섣불리 주선사업자로 나설 경우 대기업의 시장잠식에 대한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내트럭 관계자는 “지난해 SK가 엔카(http://www.encar.com)를 통해 온라인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었을 당시 중고차 유통상들이 본사를 항의방문해 당혹스럽게 한 적이 있다”면서 “대기업 입장에서는 폐쇄적인 전통시장에 뛰어들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내트럭의 사업성패는 전국 화물운송 알선사 가맹점 확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트럭은 지난해 말 현재 전국 40여개 가맹점에 그쳤던 알선사 프랜차이즈를 오는 상반기까지 1200개 수준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영세 사업자까지 합칠 경우 1만2000개 정도로 추산되는 전국 알선사업자의 10%를 아우르는 거대 영업조직인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주선업체로 공식 등록하더라도 알선사 가맹점을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물류사업 공식선언의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내트럭 관계자는 “그동안 운송알선사 관련 전국·지방 조직을 돌며 윈윈사업 모델임을 지속적으로 설파해왔다”면서 “이제는 이같은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