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에 부는 대변혁 바람>(5.끝)영역별 분화 가속

 전자제품 유통구조의 변화는 최근 인터넷 등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가속도가 더해지고 있다. 유통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의 대상인 소비자들은 날로 주권이 강화되고 구매행태도 합리적인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으며 유통의 주체인 유통업체의 경우 제조업체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점차 득세를 하고 있다. 이와함께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품군이 등장하게 됨으로써 이제는 더 이상 전통적인 유통구조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따라 전자제품의 유통구조는 소비자들의 구매행태와 유통업체의 니즈에 맞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 주권이 강화됨에 따라 유통의 흐름은 제조-유통-소비자라는 일방적인 형식이 파괴되고 소비자 중심적 구조로 급변하고 있다. 제조업체는 더이상 셀러스마켓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점에서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유통업체야말로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제품에 반영하기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더없이 좋은 창구인 셈이다.

 소비의 합리화는 선풍기나 전기히터 등의 기능성 위주의 제품은 할인점같은 시장에서 구입하는 반면 홈시어터시스템·디지털기기 등의 첨단 고가제품은 브랜드를 보고 구매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자제품 유통시장은 디지털기기와 같은 첨단제품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전문점·양판점과 합리성에 초점을 둔 일반 전자제품을 취급하는 할인점·TV홈쇼핑·인터넷쇼핑 등으로 영역별 분화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들 할인점이 가전제품 유통의 메이저로 등장하리란 판단은 자칫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디지털 제품과 같은 첨단 제품은 전문가의 설명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할인점이 그럴 수 있겠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이마트와 전자랜드로 대표되는 양판점들은 올해 전자제품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40% 이상으로 늘려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점포수 확장에 이어 이제는 점포를 대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양적 팽창과 더불어 취급 제품군도 첨단 디지털 제품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제조업체들의 대리점 역시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 97년까지만 해도 주요 가전 제조업체들의 대리점 수는 2000여개였지만 지난해에는 1000개 이하로 줄었다. 이제 대리점들도 양판점과 할인점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화와 첨단화로 무장하고 있다.

 제조업체들에 있어서 대리점은 시장의 헤게모니를 유통업체에 넘겨주지 않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따라서 제조업체들은 대리점을 정예화한 후 대형화하고 전문화하는 쪽으로 유통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촉발된 대우전자와 양판점 하이마트의 갈등은 시장의 헤게모니를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중 누가 갖는가 하는 점에서 업계의 지대한 관심사로 남아있다.

 올해는 주5일 근무제로 인해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예상된다. 원스톱쇼핑을 추구하는 경향에 따라 할인점과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갖춘 복합 쇼핑몰이 인기를 끌 것이 확실시된다. 반면 양판점과 대리점은 대형화하고 집중화·전문화로 가닥을 잡고 있어 올해는 소비자 구매행태에 따른 업태별 영역분화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