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IT대통령이 추진해야 할 주요 과제로 네티즌들은 IT 유관부처의 개편을 꼽았다.
이는 정부가 정보화를 추진하는 주체면서 동시에 정보화를 가로막는 중요한 동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시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이같은 의식의 저변에는 ‘밥그릇 싸움’으로 대변되는 부처이기주의에 대한 경계심이 깔려 있으며 동시에 다가오는 지식정보사회에 적합한 새로운 ‘미래형’ 정부조직의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서려있다.
실제로 행자부와 산자부·정통부·문화부·과기부·기획예산처 등 IT 유관부처들은 역대 정권이래서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정부 들어서도 정보화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전자정부·전자상거래나 전자인증·정보화교육 등의 역할론을 놓고 충돌이 잦았으며, 전자정부와 관련해서는 급기야 이를 전담하는 ‘전자정부특별위’까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전자정부와 관련 주도권을 놓고 대립한 사건(?)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전자정부법 제정 문제. 지난 98년부터 활발하게 논의돼온 전자정부법은 행자부와 정통부의 전자정부 주도권 다툼에 밀려 3년여를 끌어오다 지난해 2월에야 국회를 통과했을 정도로 부처간 경쟁이 치열했다. 당시 전자정부법은 관련부처의 이해관계로 인해 가장 핵심인 ‘정보화추진체계’에 대한 사항은 슬그머니 빠져버린 채 국회를 통과했다.
전자상거래 관할권을 놓고도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다. 산자부와 정통부가 격돌한 이 사건은 결국 산자부가 전자상거래 정책을 총괄하고 정통부는 기술개발·표준화 등 기반구축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중소기업 IT화 사업을 놓고도 산자부와 정통부간 논란을 벌이다 산자부는 수요자인 중소기업의 IT 활용을 촉진하는 사업을 담당하고 정통부는 ASP 등 공급자 육성 기반사업에 치중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산자부와 정통부는 이외에도 IT 인력양성, 전자화폐 표준화, IT표준 제정, 음성정보산업 육성, IT벤처 해외진출 지원, 포스트PC산업 육성 등을 놓고 지리한 논쟁을 벌였다. 디지털콘텐츠산업을 놓고도 정통부와 문화부가 충돌, 한때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최근에는 국가 기간정보시스템 백업센터 구축을 놓고 정통부와 행자부간 주관부처 논란을 벌였다. 올해에는 통합전산센터 구축을 놓고 행자부와 정통부간 주도권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같은 논란의 여지는 부처이기주의를 넘어 산업시대의 구 조직으로 지식정보시대의 업무를 관장하려다 보니 발생하는 일이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견해다. 지식정보시대에 맞는 조직의 전형은 네트워크 조직이며 학습조직이라는 설명이다.
외국어대 황성돈 교수는 이와 관련, “우리정부의 조직체계는 기관들간 업무영역이 엄격하게 구분된 계층적 조직체계를 갖고 있다. 종합적 조정기능을 수행한다는 대통령 비서실조차도 정부기관별 업무를 분장하고 있을 정도다”면서 “이런 상태로는 분절되고 중복된 지식과 정보만이 난무할 뿐 개별적 지식과 정보들을 활용한 대국민서비스의 개선은 근본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현재의 정부구조로는 지식정보시대의 국민의 욕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벌써부터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은 이같은 점을 들어 정보화추진체계의 개편을 포함한 통치권 차원의 조직개편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학자와 관료·국회의원·관련업계 전문가·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공간에서 열린 논의를 벌여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