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메이드 인 재팬’은 저가, 모조품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소니, 도요타로 대변되는 일본의 전자·자동차 제품이 북미시장을 휩쓸면서 이제 ‘메이드 인 재팬’은 북미뿐 아니라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최고 품질을 증명하는 용어로 자리매김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어떠한가. 아직도 전세계 소비자들은 싸구려 제품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 현실이다. 비록 메모리, 모니터, 광저장장치 등에서는 세계시장 1위의 점유율을 달성하고 있지만 제품 특성상 완제품이 아닌데다가 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수출돼 ‘메이드 인 코리아’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는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 국내업체들은 당위가 아닌 생존을 위해 일류 제품과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후발국가의 추격으로 그동안 한국이 누려왔던 제조우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 일류 제품을 만들지 않고서는 국가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대기업이 앞장선다=삼성전자 진대제 사장은 지난 8일 아시아인으로 처음으로 CES의 기조연설을 했다. 진 사장은 이 자리에서 디지털시대의 미래를 조망하며 자사의 PDA인 넥시오와 차세대 엔터테인먼트 PC인 ‘홈미디어센터’를 당당히 소개, 갈채를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홈미디어센터 개발과 관련, PC제조에서 전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대만업체들의 구애를 뒤로 하고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의 가전기술과 통신기술이 인정받은 결과기도 하지만 삼성전자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일류 브랜드화가 결실을 거둔 순간이었다. 이제 국내 대기업들은 PDP TV, HDTV 등 차세대 제품에서는 가격경쟁력을 내세우기보다 일류 제품임을 내세워 가격을 오히려 비싸게 팔고 있다. 물론 이 밑바탕에는 디지털 제품에서는 일본과 비교해도 떨어짐이 없다는 자신감이 있다.
◇신흥국가에서 먼저=세계적인 DB브랜드 하면 오라클을 떠올리지만 적어도 캄보디아에서만은 한국컴퓨터통신의 유니SQL이 더 인기가 높다. 지난해 말 한국컴퓨터통신이 캄보디아 행정전산망 주계약자로 선정되기까지 캄보디아 정부 및 IT업체 관계자들의 입에 무수히 오르내리면서 인지도를 높여나갔기 때문이다.
특히 유니SQL이 상당히 고급·고품질의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한국컴퓨터통신을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을 정도다. 여기에는 한국컴퓨터통신의 전략이 주효했다. 2000년 유니SQL캄보디아나라는 현지 합작법인을 만들어 브랜드 마케팅을 시작했으며 고급 이미지를 심기 위해 가격우위보다는 유니SQL을 통해 캄보디아 정부가 할 수 있는 정보화사업을 부각시킴으로써 효과를 거둔 것. 한국컴퓨터통신은 이 같은 캄보디아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전역과 중국 등에서도 유니SQL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제품 개발단계부터 세계화 전략을=나모인터랙티브는 홈페이지 제작 프로그램인 나모웹에디터 다음 버전은 한국어 버전에 앞서 영어 제품부터 출시한다. 이를 위해 김형집 이사를 포함한 나모인터랙티브의 개발인력은 현재 보스턴에 위치한 미국지사에 상주하고 있다. 아직 초기 개발단계지만 베타판이 나오게 되면 수백명의 외국인으로 이뤄진 베타테스터 그룹도 운용할 계획이다.
한컴리눅스는 리눅스 기반의 오피스 프로그램인 한컴오피스 2.0 영어 제품을 미국에서 먼저 출시했다. 중국어, 일본어 버전도 완성한 상태다. 완성도 높은 리눅스 기반의 오피스 프로그램이 아직 없기 때문에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아예 개발단계부터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해야 세계적인 일류 제품 출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