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의 하이닉스 인수 추진 속셈은?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와의 사업 통합을 통해 삼성전자와 같은 메모리반도체 기반의 종합 반도체업체로 변신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D램사업만 인수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S램과 플래시메모리 등 하이닉스의 메모리부문 전체를 인수하기로 했으며 비메모리부문만 남는 하이닉스에도 지분출자 규모를 크게 늘려 사실상 경영권을 가져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그림은 경쟁자인 삼성전자를 겨냥한 것으로 향후 두 회사의 시장주도권 경쟁이 치열할 것임을 예고했다. 

 ◇메모리부문 인수배경=D램은 경기변동에 따라 기복이 심한 사업이다.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의 D램사업만 인수할 경우 D램 의존도가 더욱 높아져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S램·플래시메모리와 같은 사업도 함께 인수, 확대함으로써 마이크론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꾸릴 수 있다.

 D램만 따로 인수하는 데 따른 어려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 이천공장의 팹(FAB)6은 D램과 S램, 플래시메모리를 한 라인에서 생산한다. 마이크론은 특히 D램 이외의 메모리로 인수범위를 확대함으로써 하이닉스의 알짜 생산라인으로 손꼽히는 청주공장을 통째로 인수해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비메모리 합작사에 대한 지분확대는 향후 반도체사업의 핵심이 될 시스템온어칩(SoC)에 대한 대비 차원으로 풀이됐다.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합 예상=마이크론의 인수방안은 삼성전자의 현 사업구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은 전무했던 256M 이상의 대용량 D램 생산라인을 유진 공장을 포함, 모두 4개 라인이나 확보하게 된다. 차세대 시장에 대한 진출 기반을 마련하는 셈이다.

 또 각각 2.8%,1.4%(2000년 점유율 기준)인 S램과 플래시메모리 분야의 점유율도 각각 9.1%, 2.4%로 높여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S램과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 각각 20.6%와 3.7%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S램과 데이터저장(NAND)형 플래시메모리 1위 업체다.

 이와 관련, 마이크론은 도시바·샌디스크 등과 플래시메모리에 대한 기술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또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SoC사업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이는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은 메모리 분야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전체 반도체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고 최근에는 그 힘을 점차 비메모리 분야로도 확대하려 한다. 이에 대해 미국의 대형 PC업체나 비메모리업계에서는 삼성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이크론이 총대를 메고 나왔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마이크론과 하이닉스의 비메모리 합작사에 과연 어떤 업체들이 참여할 것이냐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마이크론의 전략에 대해 삼성전자는 “원가 경쟁력이 앞서 마이크론의 도전으로는 별다른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내심 긴장하고 있다. 삼성은 시장점유율 하락보다는 자칫 미국내 대형 PC업체들과 맺은 파트너십이 마이크론의 거센 도전으로 흔들릴 것을 더욱 걱정하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