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붐을 타고 벤처캐피털 설립에 나섰던 벤처기업들이 속속 철수하고 있다. 설립 당시의 기대와는 달리 벤처 버블이 걷히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인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10일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새롬벤처스, 지식과창조벤처투자에 이어 최근 케이아이티창투의 주인이 바뀌었으며 자의반 타의반으로 몇몇 창투사들의 매각이 거론되고 있다.
케이아이티창투의 경우 지난달 20일 대주주인 자네트시스템의 고시연 회장이 자신과 가족들 명의의 지분 34.75%(656만여주)를 금융컨설팅회사인 지앤케이네트워크에 넘겼다.
고 회장은 이번 주식 양도는 기존의 사업 강화와 중국 진출을 위한 투자재원을 마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케이아이티창투는 오는 18일 주주총회를 갖고 경영권 양도에 대한 최종 승인 및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 등을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새롬기술도 지난달 28일 브이넷벤처투자에 새롬벤처스의 지분 51%를 넘기며 합병을 선언했다. 외형상 합병이라고 하지만 자본금 230억원의 새롬벤처스 경영권을 자본금 100억원의 브이넷벤처투자에 넘긴 것이다. 합병비율이 1대 0.3이었던 점도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새롬벤처스의 투자 실패와 모기업인 새롬기술의 경영난이 경영권 양도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두 회사는 지난 8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합병을 최종 승인했으며 이번주 중으로 등기를 마칠 계획이다.
지난달초에는 스탠더드텔레콤과 이노츠(구 닉소텔레콤)가 대주주로 있는 지식과창조벤처투자의 경영권이 선벤처파트너스(대표 전일선)로 넘어갔다.
지분 15%를 선벤처파트너스에 넘기고 향후 2년 이내에 추가 매각을 통해 50% 이상을 넘기는 조건이다. 당초 생각했던 만큼의 투자수익이 나오지 않는데다 벤처캐피털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겨야된다는 기존 주주의 생각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J사가 대주주로 있는 V투자, S사의 T사 등도 최근 벤처캐피털업계에서 대주주 변동 가능성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다. 모두 선발 벤처기업들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들이다.
회사측에서는 이같은 사실에 대해 일축하고 있지만 기존 벤처기업들이 설립한 벤처캐피털에 대한 경영권 양도에 대한 소문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벤처캐피털업계 한 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은 지난 99년말부터 코스닥 활황을 타고 일기 시작한 벤처기업의 벤처캐피털 진출붐 이후에 나타나는 후유증”이라며 “벤처캐피털 산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진출했던 다른 많은 기업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