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밸리,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벤처 잇따라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이 잇따라 전문경영인체제를 도입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 벤처기업의 CEO들은 대부분 대덕연구단지내 연구소에 몸담았던 연구원 출신 1세대 벤처 CEO들로 회사 성장에 따른 제2 도약을 위해 경영 마인드를 가진 대기업 출신의 전문경영인이나 마케팅 전문가들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있다,

 광통신 벤처기업 아이티(대표 서승관)는 지난 3일 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 출신 공비호 전 사장이 대외적인 경영환경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영업력 및 조직력 강화체제 구축을 위해 지난해 합병한 수도권 마케팅 회사의 CEO를 지낸 서승관 전 전무이사에게 대표 자리를 물려줬다.

 이같은 아이티의 변신은 공 전 사장이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마케팅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한 데 따른 것으로 공 전 사장은 향후 이사직을 유지한 채 기술개발에만 전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 전 사장의 이같은 결정은 표면상으로는 ‘경영실적 부진에 따른 책임’이었지만 궁극적으로는 마케팅을 내세운 회사의 재도약을 위한 인식변화라는 점에서 타 벤처업체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반도체장비 전문업체 지니텍(대표 박인규)은 지난해 이경수 전 사장이 전략이사(CSO)로 물러나면서 외부로부터 영입한 대기업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인 박인규 전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임명, 대덕밸리 1호 전문경영인체제를 구축했다.

 현 박인규 사장은 지난해 지니텍의 원천기술인 플라즈마 원자층 증착기술과 구리를 이용한 바닥채움 증착기술을 세계적인 반도체장비회사 ASM에 수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회사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반도체 공정장비업체 한백(대표 박근섭·박재연)은 실질적으로 지니텍보다 더 앞서 지난해 9월 전문경영인체제를 도입했다.

 ETRI 출신 연구원인 박근섭 사장은 97년 회사 법인 설립 후 99년 KTB 심사역 출신인 박재연씨를 이사로 영입한 데 이어 지난해 9월부터는 박재연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각자 대표체제를 운영해왔다.

 박근섭 사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열어 박재연 사장 체제로 회사 조직체계를 재정비하고 본인은 기술고문으로 남는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박 사장의 결정은 회사 설립 당시부터 갖고 있던 생각을 실현에 옮긴 것으로 전문적인 경영 마인드가 있는 인물에게 CEO 자리를 맡겨야 한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박근섭 사장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회사 성장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전문경영인체제 도입을 더이상 늦출 수 없었다”며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경영을 잘 아는 사람에게 경영권을 맡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