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예상됐던 일이기는 하지만 국민은행의 통합 전산시스템 선정을 둘러싸고 통합국민은행측과 노조원과의 갈등이 벌써부터 일고 있다.
지난 9일 옛 주택은행 시스템이 합병은행의 주 전산시스템으로 선정되면서 옛 국민은행측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옛 국민은행 노조는 절대 컨설팅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필요한 경우 단체행동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집행위원들이 서울 종암동 옛 국민은행 전산센터 중앙통제실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왜 반대하나=컨설팅 작업을 맡은 캡제미니언스트영은 9일 발표 현장에서 통합작업의 신속성과 비즈니스 모델과의 연계성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관련, 옛 국민은행측은 객관성이 결여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옛 국민은행 전산실 관계자는 “시스템의 처리용량 및 속도 등 성능을 중심으로 평가할 경우 3개월 전 새롭게 구축한 옛 국민은행 시스템이 선정됐을 것”이라며 “이를 피하기 위해 선정기준을 비즈니스 모델과의 연계성 부분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해복구시스템의 유무 여부가 심사결과에 지나치게 많이 반영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비록 옛 주택은행이 지난해 실시간 원격지 재해복구시스템을 갖추기는 했지만 어차피 시스템 통합이 이뤄지면 두 은행 시스템 중 한쪽이 백업센터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에 현재의 재해복구시스템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통합 CIO 선정에도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통합 CIO로는 양측의 기존 CIO 중 한명이 맡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김정태 행장은 갑작스럽게 서재인 북부지역 본부장을 선임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 본부장은 9일 발표현장에 참석하는 것이 예정돼 있지 않았으나 이날 갑자기 호출을 받고 달려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옛 국민은행 노조측은 비록 서 본부장이 지난해 1월까지 옛 국민은행 정보시스템부장을 역임한 이력이 있기는 하지만 김정태 행장과 고등학교·대학교 동문 사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어떻게 되나=현재 옛 국민은행 노조는 임원진에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농성장소에 공권력이 투입될 경우 전산시설을 파괴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정도로 격앙된 상태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이미 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되고 양측 임원진이 합의를 본 이상 시스템 재선정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옛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도 “옛 주택은행 시스템으로 결정돼 아쉽긴 하지만 이미 선정된 이상 되돌리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국민은행은 IT통합작업의 원활한 지원을 위해 현 IT통합 TFT를 해체하고 ‘OPM(Office Program of Management)’을 구성한다고 10일 밝혔다. OPM은 양측 전산직원들로 구성되며 시스템 통합은 물론 현재 전산정보1·2본부로 나뉘어 있는 조직통합작업도 수행할 계획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