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이후 한국에 300mm 팹 투자할까…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하이닉스반도체 메모리 생산라인 인수가 확실시되면서 300㎜ 웨이퍼 일관생산라인(FAB, 팹) 투자를 한국에 할 것인지가 벌써부터 국내 반도체업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인수한다면 미국과 이탈리아, 싱가포르, 일본에 이어 한국을 생산기지로 두게 된다. 한국기지는 규모는 물론 생산기술력도 가장 앞선다.

 문제는 인수 이후 마이크론이 과연 300㎜ 팹 양산투자를 한국에서 단행할 것인가의 여부다. 삼성전자와 인피니온은 부분적이나마 300㎜ 웨이퍼의 양산에 들어갔으며 본격적인 양산투자도 추진중이어서 이에 뒤처진 마이크론도 초조한 입장이다.

 여러모로 여건을 따져봐도 당연히 한국에 투자해야 하지만 ‘극우적’이라는 평가까지 받는 마이크론이 핵심라인을 자국에 둘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투자여부에 따라 국내 반도체산업은 침체될 수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또 투자여부는 마이크론의 한국기지 운영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전망이다.

 ◇한국에 투자한다=마이크론은 투자를 선도하기보다는 한 박자 늦게 투자하거나 기존 라인의 수율을 높여 가격으로 승부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자국내 생산설비 운영은 수준급이나 신규투자에는 거의 초보다.

 반면 한국업체들은 신규투자 전문이다. 업계 최고 수준의 생산기술 전문가들이 밀집해 있으며 인근 일본과 한국의 장비업체로부터 서비스를 받기 쉽다. 인건비를 비롯한 투자여건도 미국보다 낫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얘기할 단계가 아니지 않느냐”라면서도 “마이크론이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면 한국에 신규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300㎜ 연구라인(팹7 내)을 갖춘 청주공장을 최적지로 꼽았다.

 ◇아니다, 미국이다=마이크론이 이번에 한국에도 생산기지를 두려 하나 핵심라인을 자국내에 둘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특히 300㎜ 팹과 같은 차세대 생산라인을 다른 나라에 먼저 둘 반도체업체는 없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미국 아이다호 공장에 처음 300㎜ 연구개발라인을 구축중이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마이크론의 이번 인수가 DDR SD램이나 256M 이상 D램과 같이 당장 부족한 생산공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이른 시일 안에 한국에 신규투자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투자한다 하더라도 가장 나중에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규투자가 왜 중요한가=마이크론과 하이닉스의 협상이 진행중인데도 벌써 신규투자가 논쟁거리로 떠오른 것은 국내산업에 미칠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당장 투자가 중단되면 국내 장비업체들은 내수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소유주가 미국업체로 바뀐다 해도 하이닉스의 생산설비와 연구개발 인력은 국내에 남으면서 여전히 국내산업과 지역경제에 일조해야 한다는 것이 반도체산업계의 시각이다.

 그렇지 않아도 양사의 협상과정 내내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설비를 인수해 일부 경쟁력 없는 팹을 폐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판이다. 만일 마이크론이 300㎜ 팹을 한국에 둔다면 이러한 우려의 불식은 물론, 벌써부터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헐값 매각’ 시비도 잠재울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내줘야 할 것이라면 국내산업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하며, 이런 측면에서 300㎜ 팹 투자를 마이크론의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