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관 엔투비 신임대표

 ‘결자해지’라고 해야 할까. 엔투비와 김봉관 대표의 만남이 그렇다. 지난 99년, 엔투비 출범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현대종합상사와 한국통신의 B2B사업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추진했던 주인공이 김 대표(당시 현대종합상사 미래사업본부장)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대표의 엔투비 입성은 낯설지 않다.

 “그러고 보면 준 창립멤버는 되지 않을까요.” 엔투비 사장 집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의 익숙함. 그렇다면 이미 햇수로 3년이 지난 국내 B2B 산업에 대한 인식 변화는 어떨까. “당시가 인터넷 환상기라면 지금은 인터넷 실망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그러나 더 정확히는 현실에 뿌리를 내리는 사업을 위해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B2B는 여전히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니까요.”

 주주사이지만 역시 ‘고객’의 위치에서 바라보면 엔투비에 문제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올 초 엔투비의 사령관이 된 김 대표는 좀더 느긋해 보인다. “e마켓의 모든 기능이 기술적으로 100% 지원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구매관행 역시 e마켓의 서비스를 인정할 만큼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건 아니죠. 이런 시장의 수준을 오히려 낙관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봅니다. 이 모든 것이 충족될 때까지는 e마켓도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김 대표는 79년에 현대상사에 입사해 만 22년을 근무했다. 해외에서 근무한 10년간 김 대표의 역할 중 하나는 통합구매. 일본에 있는 현대 계열사들의 물량을 통합 구매하던 그 중심에 있었다. ‘인터넷의 종합상사’라 불리는 B2B e마켓에 대표직을 ‘자임’했던 김 대표의 자신감은 바로 상사맨과 짧지 않은 구매노하우가 한 밑천 한 셈이다.

 지난 2일 시무식이자 취임식에서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서 피곤함을 느꼈다. 사실 출범 이후 쉬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온 직원들이니 그럴 만도 하지 않겠느냐고 한다. 그만큼 직원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은 김 대표가 말하는 올해 주요 사업목표 중 하나다. 따라서 김 대표가 던진 취임사는 “꿈을 공유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왔습니다. 고객과 주주사에게 이익을 주고 직원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작지만 좋은 회사를 만듭시다”였다.

 말띠 해다. 말띠 김 대표는 말처럼 뛰어볼 생각이다. “바닥이라면 더 잘 됐죠.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으니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구매대행과 중개형 서비스, 경매 등 다양한 서비스로 고객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김 대표는 흑자원년의 엔투비를 다짐한다.

<글=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사진=이상학기자 lees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