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3년이 가장 중요하다.’
올해로 회사설립 3주년을 맞는 SW벤처 기업들이 창업 3년에 닥치는 소위 ‘3년차 리스크’를 극복하고 재도약 발판을 마련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K4M, 자이오넥스, 엑스온시스템, 스콥정보통신, 알티베이스 등 새해들어 창업 만 3년째에 접어든 업체들은 올해가 경영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보고 조직 재정비, 업무 프로세스 재구축을 통해 신생 벤처기업에서 중견 벤처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창업 3년의 의미=지난 99년 6월 설립돼 올해로 만 3년째를 맞고 있는 스콥정보통신의 김찬우 사장은 “영업, 마케팅, 경영관리, 제품생산 등 각 업무 부문이 제자리를 잡고 시스템으로 회사가 운영되는 모양새를 갖추는 데는 최소 3년이 필요하다”며 “3년이 지나도 이 같은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 기업들은 경영상의 위기를 맞기가 쉽다”고 3년의 의미를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에 창업의 길로 들어선 자이오넥스 류동식 사장도 “창업 3년째는 어느 정도 경영에 대한 감각도 생기고 조직이 안정화돼 도약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만 상대적으로 창업초기 단단했던 조직 결속력이 느슨해지고 직원들의 열정이 매너리즘으로 바뀌면서 리스크가 생기게 된다”고 부연했다.
즉 3년 동안 조직체계를 갖추고 사업전략과 비전을 제대로 수행해나가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 이 작업에 실패하면 영세한 소기업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의미다. 특히 3살이 된 벤처기업은 대부분 2차 펀딩까지 들어온 자금이 거의 바닥난 상태여서 새로운 활로를 찾지않으면 심각한 경영위기까지 나타난다. 따라서 창업 3년째는 기업이 도약을 할 수 있느냐, 아니면 군소업체로 전락하느냐의 기로에 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치열하고도 힘겨운 3살 나기=지난 99년 1월 설립된 엑스온시스템은 지난해 미리 3살 신고식을 혹독하게 치렀다. 지난해 하반기들어 대표이사 교체, 직원 60% 감원 등 두 차례의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상당한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사업전략과 비전 재수립, 조직 정비 등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과연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가를 수없이 반문했다는 것이 김무호 사장의 말이다. 김 사장은 현재 직원이 20명으로 외형은 줄었지만 명확한 비전 공유와 팀워크로 뜨거운 열정이 흐르는 벤처조직으로 다시 거듭났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있다.
지난 99년 2월 창업해 조만간 창업 3돌을 맞는 K4M도 지난 한해동안 거듭나기를 위해 치열한 노력을 벌였다. 이 회사 주종철 사장은 창업초기 적은 인원으로 시작할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직원이 50명 이상으로 늘고 업무가 워낙 다이내믹하게 진행되다보니 경험·노하우 축적이나 인력의 적재적소 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영업력이 쌓여가면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가 찾아오게 되는데 이것이 장기적으로 독이 되는지, 약이 되는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K4M은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업무 프로세스 정립과 책임 및 권한을 정의하는 부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올해 목표를 균형잡힌 건강한 조직 만들기로 정했다.
◇비전 수립·프로세스 정립 나서=이에 따라 3년째를 잘 보내기 위한 업체들의 움직임이 사뭇 비장하다. 장기 비전과 전략 수립, 집중전략과 시너지, 사내 커뮤니케이션 강화, 업무 프로세스 재정비 등에 나서고 있다. K4M은 부서별 견제와 균형을 이루기 위해 의사결정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각 팀별 팀장과 이사진의 회의테이블을 마련해 별도 운영하고 있다. 사업분야도 다른 것에 눈돌리지 않고 XML을 활용한 eAI 솔루션 개발이라는 단일한 목표를 설정해 역량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자이오넥스는 조직원간 결속력이 약해지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올들어 3인의 창업자 이외에 팀장에게 자율성과 책임권한을 전부 이관하는 모양새로 조직을 새로 구성했다. 2년 동안 창업자 중심으로 이뤄져온 회사를 이제는 조직의 힘으로 이끌고 가겠다는 의미다.
스콥정보통신은 지난해 말 경쟁력있는 제품을 중심으로 사업 및 조직을 정비했으며 최근에는 사내 인트라넷을 오픈해 부서간 의견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등 조직 시스템을 한층 강화해 나가고 있다. 스콥은 유기적 경영 시스템의 기초를 만드는데는 일단 성공했다고 보고 올해 이를 기반으로 매출 극대화, 제품생산 효율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알티베이스(대표 김기완)는 비교적 지난 2년 동안 조직이나 매출 등 모든 비즈니스 부문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평가하고 3년째인 올해는 50억원 매출로 중견 SW기업으로 성장해 3년차 위기론을 무색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