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 사무실의 주인은 국내 병원의 처방전달시스템 도입과 실시간 의료정보 처리의 물꼬를 튼 숨은 공로자다. 모바일 병원정보화 솔루션업체 이헬스컨설팅(http://www.ehealth24.com)의 서현정 사장(40)이 바로 그 주인공.
대학에서 병원행정을 전공한 그가 병원정보화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5년 삼성제일병원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이곳에서 그는 전산실을 만들고 전산 프로젝트를 기획·수립하는 일들을 도맡아 하면서 병원정보화에 대한 천착된 연구에 빠져들었다.
“89년에 일본·대만의 선진 병원들을 둘러봤는데 일본 병원의 경우 진료에서부터 수납, 조제까지 걸리는 시간이 우리나라보다 굉장히 짧은 것을 봤어요. 그래서 우리도 전산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느꼈죠.” 그는 이런 판단아래 91년 국내 병원 가운데 처음으로 삼성제일병원에 처방전달시스템(OCS)을 도입하게 된다.
무려 12년 동안이나 병원 전산실장을 맡아본 그는 97년 사표를 내고 캐나다로 건너갔다. 당시 그는 우리나라에서 ‘모바일 간호시스템’을 개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바로 이것’이라고 판단해 서둘러 귀국, 이 국책과제 수행업체의 사장이자 어렸을 적부터 친구인 신동훈 제이텔 전 사장을 만나 이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그는 이를 밑천삼아 99년 초 둘째 아이를 출산함과 동시에 창업을 감행했다.
“나만큼 업계에서 산부인과 시스템을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병원 사정에 훤한 서 사장은 임산부들을 대상으로 병원이 검사결과를 무선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게다가 무선 PDA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의료정보를 처리하는 ‘모바일 차트’ 시스템도 이대 동대문병원에 구축, 병원에서 종이차트를 들고 회진다니는 모습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처럼 잇따른 성과를 올린 서 사장은 특히 2002년 새해 벽두부터 제2 도약의 청사진을 펼칠 의욕에 꽉 차있다.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PDA용 미들웨어 솔루션 ‘Argo2000’을 통해 모바일 전문회사로 거듭날 작정이에요. 이를 위해 조만간 회사명도 바꿀 계획입니다.”
그도 올해 본격 뛰어들 이 사업분야가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안다. “주위에서 절대 안된다고 하면 저는 꼭 하고 마는 성격이에요. 한번 해볼 만한 일이고 또 잘 될 수 있다고 확신해요.” ‘여성’ CEO라서 특별히 힘든 것은 못 느낀다는 서 사장은 “사회에 꼭 도움이 되는 좋은 회사와 제품을 만들고 싶다”며 다부진 포부를 드러낸다.
<글=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사진=이상학기자 lees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