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정보산업연합회가 국내 200개 기업 및 공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e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한 지식경영실태’ 결과에 따르면 70% 이상의 기업이 작업절차 개선, 제품정보화, 연구개발 개선을 위해 KMS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활용수준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5년 이상 KMS를 쓰고 있는 기업은 전체 7%에 불과했으며 전사적인 활용보다는 일부 관리부서나 기술부서에서만 제한적으로 도입해 지식경영의 확산효과가 매우 낮은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식경영의 필요성은 대부분 인식하고 있지만 전사적인 경영전략으로 삼아 지식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은 아직 많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IT업체들의 지식경영 현황은 어떨까. 정보를 자산으로 하는 IT산업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지식경영 마인드가 높기는 하지만 실천이나 활용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몇몇 상위 업체의 경우 IT시스템, 조직, 인사제도 등 각 부문에서 지식경영을 위한 인프라를 갖춰놓고 이를 실천하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IT업체들이 주먹구구식의 정보습득과 비효율적인 정보공유, 디지털자산의 방치 등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업무효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따라서 올해만큼은 모든 IT업체들이 지식경영 실천을 모토로 개별적인 정보경쟁력을 조직적인 지식경쟁력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대기업이 앞장선다=LGCNS의 공공사업본부에서 일하는 장광옥 차장은 지난해 데이터웨어하우스(DW) 구축 프로젝트의 제안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차원분석(OLAP)기술 경험을 지닌 엔지니어가 급하게 필요했다. 장 차장은 곧바로 사내 경력관리시스템인 ‘스킬 인벤토리’에 접속해 OLAP 경력 보유자를 검색하고 필요한 자격을 갖춘 전문가 리스트를 확보했다. 이를 기초로 전화나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가장 적합한 엔지니어를 선발, 제안서 작업에 투입하는 데는 불과 몇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LGCNS 직원들 스스로가 평소 개인의 스킬과 경력, 자격증 사항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스킬 인벤토리에 올려놓은 것이 큰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삼성SDS의 창원 볼보IS팀 생산정보파트에 근무하는 박시현 대리는 지난해 7000여명의 전체 직원 가운데 최고의 지식경영 활동우수자로 뽑혀 주변 동료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박 대리가 사내 지식경영시스템인 ‘아리샘’을 통해 공개한 지식만도 무려 100여건. 특히 그가 올린 ‘SAP 퍼포먼스 향상을 위한 작업’이나 ‘데이터 모델링’에 관한 정보는 많은 직원들로부터 지식으로서 높은 가치를 평가받았다. 박 대리는 지식MVP로 선정되면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KM-유럽2001’ 연수 특전과 함께 짭짤한 부수입을 챙기기도 했다.
대형 SI업체들이 지식경영 실천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LGCNS·삼성SDS·현대정보기술·쌍용정보통신 등은 몇년 전부터 사내 업무효율 향상과 향후 프로젝트 수행능력 극대화를 위해 지식경영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인센티브 등 제도적 방안으로 활용성을 높이고 있다. 삼성SDS의 아리샘, LGCNS의 지식몰, 쌍용정보통신의 파워넷, 현대정보기술의 지식은행 등은 대표적인 지식경영시스템이다. 단순히 IT시스템이 아니라 사이버 화폐제도(삼성SDS), 지식마일리지제도(LGCNS) 등 제도적으로 지식경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센티브 프로그램까지 마련돼있다.
◇중견기업도 뒤따른다=올해들어 눈에 띄는 움직임은 중견 IT업체들의 지식경영 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점이다. 인프론테크놀로지, 쉬프트정보통신, 유니보스, 포시에스, 자이오넥스 등은 올해를 지식경영 실천의 해로 삼아 시스템구축, 제도마련 등에 나서고 있다.
인프론테크놀로지는 올해 중요 과제 중 하나로 e인프론 구현을 선언했다. CRM, SFA, CMS 등을 주요 내용으로 사내 인트라넷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KMS를 실천한다는 것이다.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정보나 지식을 인트라넷을 통해 사내공유를 하고 체계화하는 것은 물론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공유해 우수한 정보나 아이디어를 올린 직원에게는 보상을 할 예정이다. 여기서 발생한 우수한 정보들을 선별해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계획도 있다.
쉬프트정보통신은 올해 지식경영시스템인 심스(SIMS)를 심스21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심스는 프로젝트 진행경과와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연구소의 연구 산출물과 최신 기술자료 공유, 인사, 사업, 급여, 시스템관리 등의 사내 관리업무도 가능한 시스템이다. 현재 추진하는 심스21은 이같은 심스 KMS 기능에 개인화 포털 개념을 접목해 관리, 인사, 재무 등 경영 전반을 인터넷상에서 구현할 수 있는 디지털 경영체제를 표방하고 있다.
포시에스는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활동내역 및 각종 지원정보를 통합적으로 분류 축적하고, 이 정보를 이용해 의사결정을 신속히 수행하도록 MI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모든 업무가 DB화돼 날짜별, 업체별, 직원성명 등으로 조회가 가능하며 핵심인력 인센티브 부여를 제안하고 있다. ‘조직관리 관련 제안’을 통해 회사 비용이 절감된 경우 제안자에게 1년간 절감되는 비용 혹은 증가한 이익의 10%를 포상하고 있다. 또 직원이 제안한 ‘사업 아이템 관련 제안’으로 매출이 발생할 경우 1년간 발생 매출액의 1%를 제안자에게 포상하고 있다.
유니보스는 지난 한해 동안 지식과 여러 정보를 체계적으로 문서화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올해는 이를 시스템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자이오넥스 역시 프로젝트 과정에서 나오는 산출물을 체계적으로 DB화하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