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N 조기 정착 기대감-시장 개장 2주 평가

지난달 27일 개장한 전자장외증권거래(ECN)시장이 비교적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영업일 기준 10일이 지난 ECN시장이 당초 우려와는 달리 다음날 주가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고 장막판 주가 급변에 대해 투자자들의 대처 능력을 제공하는 등 어느정도의 효율성을 갖췄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지난달 개장일 총거래대금이 14억4000만원에 불과했지만 10일기준 100억원이 넘는 거래규모를 갖추는 등 짧은 기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정규시장의 활황과 맞물려 ECN이 조기 정착할 수 있다는 긍정적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가격변동없는 종가기준 단일가 매매에다, 코스피200과 코스닥50에 포함된 250종목만 거래가 가능해 당초 큰 기대를 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애널리스트들과 영업직원들 사이에서는 ECN의 동향을 살피며 향후 투자전략을 짜고 종목별 대응법을 체크하는 등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옵션만기일 장막판 주가 급락시나 장종료 후 나타난 변수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투자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ECN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ECN에서 거래가 많거나 매수·매도 잔량이 많았던 종목을 통해 향후 시장 대응시 필요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ECN시장의 거래대금 상위종목들은 대부분 정규 주식시장에서도 관심이 높고 주가흐름도 좋았던 종목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반도체 경기회복에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의 제휴로 관심이 높은 하이닉스반도체는 ECN에서도 290억원이 넘는 거래대금을 기록, 독보적인 관심대상이 됐다. 하이닉스 이외에 삼성전자와 아남반도체·미래산업·신성이엔지 등도 거래대금 상위 IT기업 10위권에 이름을 올려 ECN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랠리의 화두는 단연 반도체주였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코스닥등록 IT기업 가운데는 LG텔레콤의 ECN거래가 가장 활발한 종목으로 조사됐다.

 ECN이 시장에서 호의적 반응을 얻고는 있지만 거래대금의 확충과 외국인·기관의 참여유도 등 풀어야할 숙제는 여전히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박일 한국ECN증권 팀장은 “시장의 거래대금이 400억∼500억원 규모는 돼야 본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며 “거래의 효율성이 확인되고 기간데이터가 축적되면 초기에 망설였던 투자자들도 참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수 신한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관들을 대상으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설명회를 열고 실제 매매주문을 하는 증권사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한 제도홍보 등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