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임원인사에 담긴 뜻

 삼성그룹의 이번 임원인사의 특징은 무엇보다 ‘안정적인 경영기조’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처음 시도되는 등기임원과 비등기임원의 분리인사 계획은 지난해 경영일선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디딘 이재용 상무보의 승진 여부와 맞물려 경영진의 일대 변화도 예측됐으나 사실상 기존 경영방침을 유지하는 선으로 정리된 셈이다.

 이번 인사에서 주목을 받았던 이재용 상무보도 현위치를 그대로 유지했으며, 3명의 사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장단의 유임을 고려하면 삼성의 경영기조는 지난해와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경영체제 안정화에 초점=계열사별로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사장단 인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에서 이번에 일부 사장단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고, 대부분 유임시킨다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은 무엇보다 연초 경영혼선을 막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 그간 알려져온 삼성의 분리인사는 수장이 참모진을 직접 선정하지 않아 모양새가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주총시기까지 경영계획을 확정지을 수 없다는 점에서 볼 때 안정적인 경영체제로 수익성을 높이자는 경영전략에도 어긋난다는 평을 받았다.

 ◇실적 따라 승진도 차별=실적이 전년에 못미치는 삼성전자 등 대부분 계열사의 임원 승진자 수는 줄었지만 실적이 개선된 계열사는 그 수가 늘어 실적에 따른 인사원칙이 다시한번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작년의 148명보다는 줄어든 129명의 임원 승진자를 배출했다. 또 삼성물산(31명), 삼성생명(13명), 삼성전기(11명), 삼성증권(4명) 등은 작년보다 승진자 수가 크게 줄었다. 반면 삼성SDI는 작년의 21명에서 올해는 24명으로 승진자가 증가했고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은 각각 7명의 승진자를 배출했다.

 ◇ 눈길 끄는 임원인사=3명의 사장단 인사 중 특이사항은 삼성SDS 박양규 상무가 삼성네트웍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전격 발탁됐다는 점이다. 삼성측은 네트워크에 기반한 종합적인 정보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영역의 특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SDS에서 분사, 그간 독립된 사업영역을 영위해온 유니텔을 삼성SDS의 자회사로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한 전단계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승진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보는 현직을 유지했다. 삼성측은 “이재용씨에 대한 인사는 삼성의 인사원칙에 맞춰 합리적인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발탁인사로는 삼성SDI 심임수 상무가 LCD사업팀장으로서 회사 총이익의 30%에 해당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뛰어난 성과가 인정돼 승진 1년만에 다시 전무로 승진했으며,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수상한 삼성전자 배승한 부장 등 2명이 상무보로 승진했다.

 삼성전자가 영국인인 데이비스 스틸 씨를 상무보에 선임, 외국인 정규임원을 처음 선임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MIT 물리학 석·박사에 시카고대 MBA 출신인 그는 삼성 미래전략그룹에 입사한 뒤 3년동안 성과평가에서 최우수 외국인 스태프로 평가받는 등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