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同床異夢).’
하이닉스반도체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양해각서(MOU) 교환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협상단 주변에서는 하이닉스 경영진과 채권단간에 봉합하기 힘든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하이닉스는 시간을 두고서라도 제값을 받으려는 입장인 반면 채권단은 조기타결을 원하고 있다. 또 부채탕감을 가치평가와 연계하려는 마이크론에 대해 양측은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관측통들은 이같은 견해차가 지속될 경우 마이크론만 이익이 될 뿐이라며 경영진과 채권단의 공동 보조를 아쉬워하고 있다.
◇갈수록 벌어지는 입장차=박종섭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이 미국 마이크론과 2차 협상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 12월 25일 박 사장은 “가치산정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것이 향후 협상의 쟁점이 돼 시간이 다소 걸릴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하이닉스 채권단은 채권 조기회수와 주가관리를 내세워 줄곧 연내타결을 주장하며 ‘조기타결’을 종용해왔다. 또 지난 7일부터 시작된 3차 협상과정에서도 협상내용을 밝히지 않기로 한 ‘함구령’까지 깨면서 ‘주내타결’ ‘이달중 MOU 교환’ 등 협상이 막바지에 와 있음을 여기저기서 내비쳤다.
이에 대해 하이닉스 구조조정특위 관계자들은 “채권단이 협상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거짓정보를 흘린다”며 불쾌해했고 하이닉스 관계자들 역시 “채권단이 협상의 기본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보유출을 우려했다.
◇부채탕감에 대한 다른 견해=경영진과 채권단의 불협화음은 3차 협상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특히 본격적으로 거론된 부채탕감 문제에 대해 양측은 심각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채권단은 마이크론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부채 6조7000억원(3조원 출자전환 이후)의 50% 이상 탕감에 대해 가치산정을 연동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부채탕감폭이 줄어드는 대신 하이닉스 자산에 대한 가치평가액도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
채권단은 20∼30% 이상의 추가손실은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3조원을 하이닉스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기로 했고 나머지 6조7000억원도 마이크론의 주식으로 받기로 한 만큼 상당한 위험부담이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하이닉스는 부채탕감 문제 때문에 메모리사업에 대한 가치산정이 희석될 수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채권단과 마찰을 빚고 있다.
◇국익을 놓고 차분히 대응해야=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예견된 입장차”라고 입을 모았다.
당초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하이닉스가 원했던 사항이 아닌데다 시간을 두고서라도 제값을 받으려는 하이닉스와 부채 조기상환이 목적인 채권단이 같은 배를 탄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마이크론이 부채탕감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채권단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채권단이 계속 조급하게 협상에 관여할 경우 마이크론이 대규모 부채탕감 대신 하이닉스를 헐값에 판다는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면서 “협상을 늦추거나 적어도 서로 다른 소리를 내지 않는 등 채권단과 하이닉스가 서로 도움이 되는 쪽으로 보조를 같이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