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NT)과 바이오기술(BT)의 융합기술인 나노바이오가 21세기 유망기술로 급부상하고 있다.
나노바이오기술은 나노와 바이오기술의 중간영역으로 두 핵심기술을 잇는 교량역할을 할 뿐 아니라 동시에 두 기술을 종합해 새로운 고부가가치 제품을 창출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생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물리·화학·기계적인 현상을 분자나 원자 수준에서 이해하고 응용해 바이오센서·생화학적 핀셋·세포 칩·약물전달시스템(DDS)·수술용 마이크로 로봇 등 새로운 개념의 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과학자들은 나노기술을 이용해 복잡한 생물체를 이해, 바이오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다시 나노기술을 발전시키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나노바이오기술이 ‘인간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열쇠라는 판단 아래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미국 정부 기관인 미항공우주국(NASA)·미국과학재단(NSF)·국립보건원(NIH)과 독일의 연방교육연구부(BMBF) 등은 정책적으로 나노바이오기술 육성 연구소를 설립하거나 진흥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특히 미국 대학 중 나노기술 중점 육성 대학인 코넬대학을 비롯, 프린스턴 대학·클락 애틀랜타 대학·뉴욕주 보건부 와드스워스 센터·하워드 대학, 오리건 보건과학 대학 등 6개 대학은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코넬대학 내 나노바이오테크놀로지센터(NBTC·http://www.nbtc.cornell.edu)가 바로 이 컨소시엄이 설립한 것이다. 이 컨소시엄은 이곳을 중심으로 나노바이오기술 육성과 상업화에 앞장서고 있다.
NBTC는 나노바이오테크놀로지에 관한 연구 지원과 교육을 주업무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나노바이오테크놀로지 관련 연구지원과 교육을 하는 곳은 이 NBTC와 각종 나노구조물을 제작할 수 있는 나노패브리케이션패컬티(CNF) 등 2곳 뿐이다.
코넬대가 나노 중심 대학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것도 이들 두기관을 유치했기 때문이다. 코넬대는 지난 2000년 1월 미국과학재단(NSF)의 지원을 받는 NBTC를 유치, CNF와 NBTC를 잇는 나노와 바이오 연구 체제를 완성했다.
NBTC는 현재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생명과학자와 화학자·물리학자·공학자 31명을 네트워크로 연결, 나노바이오테크놀로지와 관련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다. 또 각 연구자별 연구과제를 조율해주는 역할도 한다.
무엇보다 NBTC의 장점은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새로운 기술을 연구할 수 있고 이곳에서 필요한 장비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NBTC의 기술 플랫폼은 크게 나노바이오테크놀로지 분자, 표면 도안 방식, 나노바이오테크놀로지용 센서 및 장비 등 3가지다. 이 3개 플랫폼 아래 6개의 연구프로그램을 마련,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31명의 공학자·화학자·물질과학자·생물학자가 공동으로 서로 다른 영역에서 생물학적 문제를 풀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다.
NBTC의 그레이엄 커스릭 사무국장은 “3개의 기술 플랫폼은 제각기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집합 영역을 갖고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기술 플랫폼 아래 6개 연구프로그램은 바이오 표면·희귀 세포 분리·선택적인 분자 필터링·바이오분자 분석·분자 모터·분자 형판 등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6개 연구프로그램은 적게는 2개에서 많게는 6개의 세부 과제를 포함하고 있다”며 “이런 과제 연구비는 NSF로부터 지원받아 NBTC가 연구자들에게 나눠준다”고 말했다.
연구과제 못지않게 NBTC가 신경쓰는 부분은 미래 과학자의 교육이다.
이 센터는 코넬대학의 생물학이나 물리학·기계학전공 학부생과 대학원생은 물론 타 대학 학생들에게도 나노바이오기술 연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 이하의 학생들에게는 나노바이오기술과 관련된 직업을 소개해 흥미를 유발하고 과학 선생들에게는 나노 연구수업에 필요한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또 일반인들에게는 나노바이오기술을 알리기 위해 최근 연구성과를 알기 쉽게 설명한 신문을 발행하는 등 NBTC의 나노바이오기술 저변 확대 활동은 다양하다.
커스릭 국장은 “NSF는 NBTC를 설립한 중요한 목적으로 새로운 세대의 교육을 요구했다”며 “이에 맞춰 센터는 유치원과 중·고등학교에 이르는 모든 학생들과 이들을 교육하는 선생님들까지 나노바이오기술에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여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초등학교 학생 때부터 나노세계에 대해 탐구하는 정신을 일깨우는데 앞장서고 있다”며 “나노구조물을 알기 쉽게 묘사한 어린이용 책이나 나노 박물관 견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있다”며 NBTC의 신세대 교육법을 소개했다.
NBTC는 연구와 교육뿐만 아니라 나노바이오기술의 산업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DNA칩 전문업체인 애피매트릭스를 비롯한 코닝·듀폰라이프사이언스·GE재단·IBM·올림퍼스 등 대기업과 애드비전 바이오사이언스·레시카 마이크로시스템스·몬산토·PE어플라이드 바이오시스템 등 중소업체를 포함해 15개 기업 파트너와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들 기업 파트너들은 NBTC로부터 새로운 방법으로 나노 스케일의 기기나 장비를 만드는 법을 습득하고 NBTC에서 교육을 받은 우수한 인재들을 인턴사원으로 채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마련하기 힘든 나노바이오 장비들을 NBTC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센터의 연구 성과 보고서도 받을 수 있다.
커스릭 국장은 “최근에는 나노바이오기술과 전혀 관련이 없는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도 기업 파트너 프로그램에 참가해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함으로써 이를 통해 기업이미지 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며 기업들의 높은 참여도를 강조했다.
“10년 안에 나노바이오기술은 기초연구는 물론 의료와 식량문제, 환경문제 등 인간의 윤택한 삶으로 바꿀 금광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유치원생에서 기업·정부 등 나노바이오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과 연구자에게 첨단 시설과 체계화된 교육을 제공하는 NBTC는 ‘제2의 골드러시’ 개척자를 양성하고 있다.
<이타카=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