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소프트웨어(SW)시장이다. 불법복제율이 낮고 일본 토종 SW업체에 비해 국내 SW의 기술적 경쟁력도 높은 편이다. 따라서 제대로 시장을 공략하면 큰 매출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황금어장이다.
반면 세계 유명 SW업체들이 일본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유통업체가 시장을 좌우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계약조건을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품질검사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기업문화가 있어 이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기업은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시장별 진출전략>
일본정부는 브로드밴드라고 불리는 초고속인터넷 대중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기업의 전산화나 개인의 SW 사용 수준은 매우 높지만 아직 초고속인터넷분야에 관해서는 우리나라에 크게 뒤져 있다. 또 아이모드(i-mode)로 대표되는 무선인터넷이 매우 발달해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향후 2005년까지 우리나라 IT업체가 일본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는 보안·온라인콘텐츠·모바일콘텐츠 등으로 압축된다. 그 뒤를 이어 고객관계관리(CRM)·공급망관리(SCM)·웹개발툴 등이 유망하다고 판단된다. 사무용 SW나 전사적자원관리(ERP) 등은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이거나 기술적 열세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다고 여겨진다.
가장 전망이 밝다고 보이는 보안분야는 국내기업이 일본기업에 비해 기술적 우위와 함께 많은 구축사례를 확보하고 있다. 일본의 전자상거래가 확산일로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B2B나 B2C 전자상거래에 필요한 보안솔루션이 유망하다.
지난해까지 7∼8% 수준인 일본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올해 16% 수준으로 올라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콘텐츠의 수요 확산이 기대된다. 특히 일본 대형 ISP의 경우 국내 초고속인터넷 콘텐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성급한 유료서비스보다는 대형 ISP와 제휴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모바일콘텐츠는 기술과 가격보다는 마케팅과 기획력이 중요하다. 이미 아이모드용 콘텐츠가 1800개 이상 있으며 PDA용 콘텐츠도 많이 개발돼 있는 상태다. 단순히 사용자 확대에 주력하기보다는 다양한 과금시스템을 연구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알려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
<진출사례>
국내기업 가운데 일본 진출에 성공한 업체는 나름대로의 비결을 갖고 있다.
인터넷SI 전문업체인 피디에스는 한국기업 특유의 빠른 의사결정으로 시장을 개척했다. 이 회사는 99년 일본 진출 첫해에 5300만엔의 매출을 올린 후 2000년 1억2600만엔, 지난해 3억엔으로 급성장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기술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데 있어 지나치게 신중한 일본기업에 비해 피디에스는 고객의 요구에 24시간 응답체계를 갖추는 등 발빠른 집행을 이뤄냈다. 또 일본에서 근무할 엔지니어를 채용할 때 일본어 능력을 중시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한 것도 성공요인으로 작용했다.
인터넷 인프라 구축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넥스텔은 통합 솔루션 전략으로 시장을 파고 들었다. 이 회사는 한국시장에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모델을 일본시장에 적용했다. 가격면에서는 일본업체와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일본업체들의 꼼꼼한 고객지원이 시장에서 효과적인 것을 분석해 국내 솔루션 개발 업체에 고객지원에 대한 의무화제도를 만드는 노력을 기울였다.
전자상거래 구축 솔루션 업체인 커머스21은 일본 SI업체 공략에 집중했다. 이 회사는 일본고객의 경우 솔루션이 어느 나라 제품인가보다는 누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가에 따라 신뢰도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본 법인의 직원도 전체 40명 중 엔지니어부문만 재일 한국인으로 구성했고 대표를 비롯해 영업 및 마케팅 인력은 모두 일본인으로 채용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