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대통령` IT정책 10대 과제](10/끝)국가CIO제도 도입-구체적 실행방안

 현재 우리정부의 정보화 추진체계상 영속적인 조직은 전산담당관회의가 유일하다. 기본 축이 되는 정보화추진위원회·전자정부특별위원회는 언제나 해산될 수 있는 위원회 조직이다. CIO협의회는 구성원인 각 부처의 CIO가 편의상 기획실장으로 돼 있을 뿐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다.

 더욱이 현재의 추진체계는 정부행정의 정보화 즉, 전자정부화라는 정부내의 문제와 민간부문의 정보화인 각 부처의 산업 및 민생정책이 혼재돼있어 더욱더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의 정보화는 행정조직이 실행의 주체가 돼지만 민간부문 정보화는 행정조직이 결코 주체가 될 수 없다. 행정부는 단지 지원자 또는 협력자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존의 국가정보화 추진체계를 단순명료화하기 위해서는 추진주체에 따라 전자정부 추진체계와 민간정보화지원 추진체계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 전자정부 추진체계는 정부가 주체이므로 영속성을 지닐수 있도록 하는데 정책성이 강한 민간정보화지원 추진체계는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도의 정책조정력과 관리력을 갖추도록 하는데 우선 순위를 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의견이다.

 ◇민간정보화지원위한 정보화 수석및 자문기구 설립=민간정보화지원 추진체계는 각 부처의 산업육성이나 지원 정책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정부가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정보화추진위원회 산하 23개 분과위원회 중에서 행정정보화분과위원회를 제외한 22개 분과위원회가 여기에 해당한다.

 민간정보화지원 추진을 담당하고 있는 곳은 정보화추진위원회 말고도 대통령이 주재하는 정보화전략회의나 국무회의 등 정부의 일상활동에서 다양한 채널이 있다.

 민간정보화지원 정책은 각 부처가 맡은 분야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조정력이 가장 큰 관건이다. 정보화추진위원회의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부처간 정책 조정력 미흡이 가장 큰 요인이다.

 정보화추진위원회의 정책 조정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민간정보화지원 정책을 놓고 부처간 영역 다툼이 일거나 중복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마지못해 대통령이 부처간 IT영역을 조정하라는 엄명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시원스런 결론이 나지 않고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빈번한 충돌은 사무국 역할을 맡고 있는 정보통신부와 타부처간에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든 민간이든 국가정보화의 기획과 실무는 정통부의 정보화기획실이 맡고 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각 부처가 해당 분야에서 IT관련 정책을 입안하면 반드시 IT영역에서 정통부의 권역과 겹치게 돼있다.

 타 부처들은 이제는 해당 분야에서 정보화정책을 직접 수행하겠다고 주장하면서 정통부의 개입을 꺼리고 있다. 반면 정통부는 해당부처의 정보화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돼 공동수행이나 정통부의 배후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사정이 이같은 데에도 각 부처가 내놓는 정책의 중요성이나 시급성 등을 심의해 우선 순위를 매기고 적정한 예산을 배분해주는 기능을 정보화추진회의가 제대로 수행해 내지 못하고 있다.

 정책의 우선순위나 예산배정에 대한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부처간 중복된 정책이 빈번해지고 예산배정을 놓고 부처간 알력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민간정보화에도 참모기능이 필요하다=전자정부 추진정책은 전자정부특위차원에서 큰 틀이 짜여지고 행정정보화분과위원회를 축으로 세부작업이 비교적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민간정보화지원 정책은 항상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전자정부쪽과 비교해보면 큰 틀을 짜는 참모기능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자정부는 행정혁신추진위원회와 산하 전자정부특위가 대통령 자문기구로 있다. 대통령 비서실의 정책기획수석까지도 행정혁신추진위원회와 전자정부특위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각 부처의 정책을 조율하는 기능은 전적으로 국무조정실에만 맡겨져 있을 뿐 주무부처 장관들이 참석하는 국무회의, 관계장관회의, 정보화전략회의 외에는 특별한 자문기구도 없고 비서실에서도 특별히 관여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중심제에서 국무총리실의 정책조정기능이 항상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는 각 부처의 민간정보화 정책을 국무조정실에서 원만하게 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게 관계자는 물론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정보화추진위원회를 대통령직속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직접 정책조정을 맡기는 것은 정부조직의 허실화를 초래하게 되고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현실적 대안으로 기존의 정부조직체계를 존중해 정책조정기능을 국무총리실에게 맡기는 대신 조정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비서실내에 각 부처의 정보화 정책을 전담하는 수석의 신설이나 민관공동의 특별위원회와 같은 자문기구의 설립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 비서실내에 정보화수석을 새로 둘 경우 문제점도 없지 않다. 현재 8명의 수석 중에서 경제·외교안보·교육문화·복지노동 등 4명의 수석이 각각 해당 분야를 관장하고 있어 정보화수석과 부처간과 마찬가지로 수석간 마찰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한 행정학 전문가는 “분야별 및 부처별 담당제가 혼합돼있는 비서실 체제를 분야별 담당제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정책기획·정무·민정·공보수석이 해당부처와 분야별 기능을 겸하고 있다. 

 비서실체제를 분야별 업무분장체제로 전환하기 힘들지만 필요한 시점까지만이라도 민간정보화 지원정책의 큰 틀내에서 각 부처의 정책을 조율하고 추진력을 뒷받침해줄 정보화수석을 두는 것이 지금보다는 낫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그만큼 정책조정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반증이다.

 전자정부특위처럼 민간정보화지원정책을 입안하고 심의하는 임시 자문기구의 중요성도 무시할수 없다. 실제 정책을 집행하고 있는 각 부처 관계자들만의 협의체제는 문제의 소지가 크다. 국가차원의 큰 틀에서 민간정보화를 촉진하기위한 청사진과 전략없이는 혼란과 예산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정통부 정보화기실과 산하 한국전산원에서 이 기능을 담당했지만 정통부 역시 정책집행주체여서 타 부처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따라서 정통부 장관과 관계부처 장관, 신설되는 정보화수석 등 정부위원과 민간위원이 함께 심의하고 전략을 수립해 각 부처들의 반발과 알력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