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대통령` IT정책 10대 과제](10/끝)국가CIO제도 도입-해외사례

 성균관대 김성태 교수는 정보화 비전과 철학, 추진체계에 따라 해외 각국의 정보화 모델을 크게 4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정보화가 고도로 진행됐고 또한 국가의 개입이 강한 유형이 그 첫번째로 싱가포르가 이에 해당한다. 두번째로 정보화 진척도는 다소 처지지만 국가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되는 경우로 말레이시아가 그 사례다. 정보화와 시민사회의 성숙도가 동시에 발전한 반면 국가의 직접 개입은 최소화하고 있는 세번째 모델이 미국·영국의 경우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경제기반이 전통산업 중심이고 정보화를 향한 정부의 역할은 미미한 호주·독일·프랑스가 나름의 모델을 일궈가고 있다. 조금은 단순화시킨 구분이지만 해외 각국은 이처럼 각자 독특한 정치·사회·경제 환경에 걸맞게 국가 정보화 추진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국가 CIO 제도의 존재 여부에서 활동력이 저마다 다른 것은 이같은 환경에서 연유한다.

 과연 한국형 국가 CIO 모델은 무엇일까. 과거 개발경제시대 정부 주도의 ‘수출·대기업·중화학공업’ 위주의 경제개발 정책이 가져온 한국적 경제발전을 부정할 수 없는 것처럼 향후 정보사회에서 국가의 노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우리 특성에 맞는 국가 CIO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현실적 이유다. 사정은 다르지만 해외 선진국들의 CIO 제도 운영 현황과 그 속에 내재된 철학, 정보화 비전을 살펴봄으로써 한국형 CIO 모델의 단초를 찾아본다. 편집자주

 



 미국

 미 연방정부는 지난 95년 문서작업감축법과 96년 정보기술관리개혁법을 각각 제정, 발효시키면서 국가 CIO 제도를 본격 도입하게 됐다. 문서작업감축법이 그 모태가 된 것은 바로 전자정부의 요체인 ‘작지만 효율적이고 강한 정부’라는 지향점이 있기 때문. 특히 정보기술관리개혁법은 미 연방기관에 CIO 직제 도입을 의무화함으로써 연방정부의 정보자원관리에 대한 책임성을 명확히 하고, 기관간 정보공유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또한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통령 집행명령이나 관리예산처(OMB·우리나라의 기획예산처에 해당) 지침 등을 통해 CIO 체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왔다.

 각종 법령에서 보장하는 연방 CIO의 책임은 행정기관에 대한 정보기술(IT) 정책자문과 지원이지만 직접적으로는 해당 기관의 효율적인 정보자원관리다. 이에 따라 연방기관의 정보화 프로젝트를 감독·평가하고, 성과 달성여부를 집중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미 연방 CIO의 인사를 보면 그 지위를 가늠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 CIO는 의무적으로 해당 기관장이 임명토록 하고 있으며, 최고관리층이 참석하는 기획 및 예산심의 과정의 핵심 참여 멤버다. 우리로 따지자면 연방 CIO는 장관 지속 참모기관인 셈이다. 이에 따라 직위도 차관보나 부차관보 정도의 고위직이 CIO를 맡게 된다. 연방정부는 또 OMB 관리담당관을 당연직 의장으로 각 연방기관의 CIO들과 협의회를 구성, 전체를 총괄하고 있다.

 미 연방 CIO 직제는 크게 3가지. 첫째는 장관 직속의 독립 CIO를 두는 경우다. 이는 CIO의 기능을 대폭 강화한 유형으로 미 연방 교통부·총무처·농무부 등이 해당한다. 두번째는 기획·관리·예산 담당관(차관이나 차관보)이 겸직하는 사례다. 이 경우 CIO는 주로 정책적·전략적 역할을 담당하며 실무를 위해 그 하부에 부CIO를 둔다. 내무부·상무부·에너지부·보건부 등이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는 부처내 CIO 협의회를 구성하는 경우다. 각 해당 실무자들로 CIO 협의회를 만들되 차관보급이 의장을 맡게 된다. 대표적으로는 재무부·보훈부 등이다.

 미 연방정부 CIO의 경우 자질과 경력면에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대다수 CIO들은 정보시스템·기획·예산·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은 경험을 갖고 있으며, 이들은 연방정부 출신이거나 외부 영입인사도 있다. 학력에서도 대부분 경영학 내지 행정학 석사 이상을 취득한 전문가들이다.

 미 CIO 제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CIO 양성 및 교육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 총무처는 주요 대학들과 협력, 연방기관 CIO 양성을 위한 대학원 수준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지난 2000년까지 총 1000여명의 CIO 전문인력풀이 양산된 것은 가장 큰 성과다. 물론 미국의 CIO 제도도 문제점은 있다. 독립된 CIO 직제가 없는 기관이 대다수이고 CIO의 자질과 역량이 부족한 점, 유명무실한 책임과 역할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하는 숙제다.

 

 캐나다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캐나다는 행정부 장관들로 구성된 4개 내각위원회의 하나인 재무위원회 사무총장실 하부에 CIO실을 두고 있다. 캐나다의 범정부 CIO가 이에 해당하고 아직은 각 부처차원에서 CIO 제도는 도입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재무위원회 사무총장이 CIO 제도를 관장함으로써 국가의 재정·인력·자원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틀 속에서 정보화 정책이 가능하다. 다만 캐나다의 경우 재무위원회 사무총장실 소속 CIO는 현재로선 완결된 조직은 아니다. 범국가적 IT 현안에 대해 리더십을 발휘하고 행정업무 정보화 등을 맡고 있지만 활동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혀가는 것이 캐나다 CIO 제도의 과제다.

 

 호주

 호주 연방정부는 재무부의 제안에 따라 범정부 정보관리를 맡는 최고책임자로 ‘CGIO’라는 고위 직제를 신설했다. 또한 이를 지원하기 위한 조직으로 정부정보기술처(OGIT)를 설치하고, 정책자문기구로 정부정보서비스정책위원회(GISPB)를 구성, 연방정부의 CGIO를 적극 보좌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호주의 국가정보화는 OGIT가 주축이 돼 각종 위원회의 자문을 토대로 이뤄진다. 정부와 민관 합동 협의기구가 총 가동되는 셈이다. 호주의 경우 연방정부 차원에서 정보화정책에 역점을 두고 있는 만큼 CGIO의 위상도 그만큼 힘이 실린다는 게 특징이다. 각종 정보화 표준에서 선도기관의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IT의 효율적인 활용을 독려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