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월드>3D 온라인 게임 역사 세피로스가 다시 쓴다

전사가 달려간다.

 동료가 괴물의 습격을 받고 있기 때문. 전사의 칼이 괴물을 겨냥하자 괴물의 눈이 전사를 노려본다. ‘챙∼’. 전사의 칼과 괴물의 집게가 부딪히면서 둔탁한 소리가 난다. 괴물은 생각보다 강하다. 몇번의 공격에도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전투가 길어지면서 전사도 괴물도 지친다. 전사는 칼 대신 창으로 무기를 바꾼다. 그리고 땅을 힘껏 차고 치솟아 마지막 일격을 날린다.

 애니메이션이나 SF 영화속 이야기가 아니다.

 3D 온라인 게임 ‘세피로스’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4일 오픈 베타서비스를 통해 드디어 일반에 공개된 것.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는 이 게임은 3D 온라인 게임의 새로운 왕좌를 노리는 야심작.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뮤’와 ‘라그하임’이 ‘1세대 3D 온라인 게임’이라면 이 게임은 ‘2세대’를 표방하고 있다.

 개발사인 이매직은 “그래픽뿐 아니라 기능면에서 가장 진화된 3D 온라인 게임”이라고 자랑한다. 이제 3D 온라인 게임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한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사실 일반에 공개된 ‘세피로스’는 기대 이상이다.

 그래픽의 경우 PC게임이나 비디오 콘솔 게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여기에 1인칭·3인칭을 넘나드는 시점변화 등 기존 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신기능이 추가됐다.

 유저들의 반응도 뜨겁다. 하루에 수천명이 회원으로 가입, 1주일만에 동시접속자수가 1만명에 육박할 정도다. 이런 추세라면 뮤·라그하임을 압도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게임의 최대 강점은 보다 정교해진 3D 그래픽. 개발사는 ‘리얼 3D’라는 슬로건으로 차별화를 선언하고 있다.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배경화면, 그림자의 변화, 광원효과 등이 압권이다. 건물에 들어가고 계단을 오르는 등 마치 현실세계와 같은 그래픽이 연출되기도 한다.

 사실감 넘치는 전투도 백미다. 롤플레잉 게임이지만 몬스터와 전투장면은 마치 ‘철권’ 등과 같은 격투게임을 연상케 한다. 공중차기, 연타공격 등 화려한 액션은 기존 온라인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게임내 커뮤니티 조직도 특이하다.

 대개 ‘길드’나 ‘혈맹’으로 불리는 조직은 이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게이머는 악의 무리인 ‘마족’이나 선의 상징인 ‘신관’의 조직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조직을 선택하면 게이머의 역할도 정해지는 셈이다. 예컨대 ‘마족’ 조직원이 되면 몬스터로의 변신이 가능하고 악의 무리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이밖에 ‘퍼지 시나리오 시스템’을 도입, 유저들이 직접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든지, 캐릭터 성장에 따라 직업을 바꿀 수 있는 등 새로운 시도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평가는 유보적이다. 온라인 게임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옥석’이 가려진다는 것. 특히 신생업체의 데뷔작일 경우 서비스에서 미숙한 점이 여전히 많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잦은 렉 현상이나 서버 불안은 이 게임이 아직 ‘미완의 대기’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차세대 3D 온라인 게임으로 급부상할 것인가. ‘세피로스’의 성공 여부는 서비스 안정화에 달려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