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주의 종목간 차별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올들어 IT주가 반도체 가격상승 등 IT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반적인 상승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지만 종목별로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종전에는 IT주가 상승분위기를 타면 특정 업종이나 테마를 중심으로 관련종목이 일제히 상승했지만 최근에는 우량주와 비우량주간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데다 지난해 관망세로 일관했던 기관들까지 올들어 시장참여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들이 선호하는 우량 IT주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이머징마켓 중 펀드멘털 개선을 보이고 있는 한국시장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며 “기관들도 올해 경기회복으로 지난해 매도세에서 벗어나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기회복 시그널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경우 외국인과 기관이 우량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여 삼성전자 등 특정 우량 IT종목은 매물공백마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중소형 IT주를 선호했던 개인들마저 올들어 우량 IT주에 대한 관심을 높이면서 종목간 차별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지난 10일 거래소시장에선 개인들의 이같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날 외국인이 170억원 이상을 팔아치우고 기관들이 대규모 프로그램 순매도 등 총 3139억원 가량의 매물을 쏟아내고 있는 속에서도 개인은 홀로 3245억원을 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물을 쏟아낸 것을 개인이 그대로 사들인 것이다.
실제 올들어 국내 주식시장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주에서도 종목간 차별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악재에 둔감하고 호재에 민감한 반면 하이닉스반도체는 이와 반대로 주가가 움직이고 있다. 15일 삼성전자가 미국시장 주가하락 등으로 전날보다 5.45% 하락한 반면 하이닉스반도체는 무려 10.90%나 하락했다. 지난 14일엔 반도체 가격상승을 호재삼아 삼성전자가 7.84% 올랐으나 하이닉스반도체는 4.46% 상승에 그쳤다.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하이닉스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간 제휴로 반도체 가격이 상승할 경우 확고한 시장지배력을 갖춘 삼성전자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 중심의 코스닥시장에서도 IT 우량주를 중심으로 한 종목간 차별화 현상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게임 황제주인 엔씨소프트는 올들어 외국인 지분율이 지난해 40.81%에서 42.87%로 높아지고 15일 장중 한때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게임주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LG홈쇼핑 등 수익기반을 갖춘 업종 대표주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만 이어진다면 대형 IT주의 약진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증시전문가들은 특히 앞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거나 확실한 내수기반을 갖춘 우량 IT주들이 국내 증시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준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종목간 주가차별화 현상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새로운 주가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욱 현대증권 연구원은 “업종내에서도 종목간 차별화 현상이 심화되는 만큼 수익성 실현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종목에 대한 비중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최근 활기를 띠고 있는 IT주 중 삼성전자, 아남반도체, LG전자, 대덕전자, 우영, 파인디앤씨, 코리아써키트, 유일전자, 삼보컴퓨터, 현주컴퓨터, 휴맥스, 세원텔레콤, 텔슨전자, 엔씨소프트, 액토즈소프트, 예당, 에스엠, 오로라월드, 대원씨앤에이 등을 향후 유망종목으로 추천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