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의 진출이 매우 취약한 지역 중 하나다. 모니터나 PC 등 하드웨어제품의 수출은 비교적 활발한 편이지만 소프트웨어분야는 내세울 만한 실적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낙 미국과 유럽 소프트웨어업체들의 텃새가 강한 지역이어서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의 직접 진출이 쉽지 않다.
하지만 단일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는 유럽 IT시장은 매년 10∼20%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우리 소프트웨어업체들이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광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소프트웨어진흥원이 영국에 i파크를 개소한 것도 이같은 유럽시장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이 이번에 발표한 유럽 소프트웨어 시장 조사 보고서는 유럽 IT시장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유럽 IT시장의 개요
전세계적인 경기불황의 여파로 유럽 IT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유럽내 많은 기업이 IT분야에 대한 신규투자를 주저하고 있으며 미국만큼 첨단 IT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도 않다.
사실 유럽의 IT시장은 미국과는 조금 다르다. 유럽시장은 미국만큼 닷컴거품이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품이 빠지면서 초래되는 부정적인 파급효과는 그만큼 덜했다. 그러나 2000년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구매를 동결하거나 연기하면서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 통신사업자들은 IT분야의 주요 구매자다. 하지만 각국 정부가 3세대 이동통신 사업권을 경매한 이후 기술주들이 하락해 구매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이때문에 기술 로드맵의 기간이 뒤로 미뤄지거나 IT분야의 지출이 연기되기도 했다.
유럽 IDC는 현재 유럽 경기의 하락으로 소프트웨어분야의 신규투자도 상당부분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분야는 하드웨어에 비하면 비교적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유럽 IDC는 IT경기 부진을 반영해 지난해 시장전망치를 당초 예상치보다 하향조정한 바 있다. 하지만 내년에는 다시 6%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유럽 소프트웨어산업의 핵심 개념은 ‘통합’이다. 소프트웨어판매업체들은 기업고객들에게 ERP·CRM 등 단일 애플리케이션보다는 통합적인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으로 전환토록 권유하고 있다.
◇유럽 IT 및 SW 시장 현황
2000년 서유럽의 IT 지출은 전년보다 10% 가량 증가했다. 컨설팅과 인플리멘테이션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각각 17.1%와 16.1% 증가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평균 이상의 성장률을 보인 분야는 애플리케이션 솔루션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패키지 부문이다. 이 부문은 솔루션 패키지의 도입에 힘입어 2000년과 2004년새 연평균 15.4% 정도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운영관리와 교육서비스 분야 지출이 2000년에 각각 12.4%와 12%씩 증가했다. 운영관리서비스부문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각 분야의 선도적인 기업들이 IT 관련 경비를 줄이고 핵심역량에 집중하기 위해 아웃소싱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자상거래분야에서 향후 2년간 인터넷시장은 B2B가 지배적인 경향이 될 것이다. 하지만 B2C 애플리케이션이 본격적으로 웹환경으로 전환되려면 적어도 3∼5년은 걸릴 것이다. B2B 인터넷 상거래는 현재 전자상거래분야에서 최대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2C시장도 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유럽의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같은 국가들의 온라인문화와 북유럽지역의 적극적인 기술 수용 태도 덕분이다.
◇국가별 소프트웨어 산업 현황
영국
패키지소프트웨어시장에서 유수업체간 통폐합이 이뤄지고 새로운 소프트웨어업체들이 등장해 소프트웨어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신기술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미래의 시장을 주도할 신규기업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영국은 2000년 패키지소프트웨어시장에서 114억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IDC는 향후 영국의 시스템 인프라 소프트웨어 부문의 연평균 성장률을 12.1%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시장은 웹서버의 성능과 가용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소프트웨어시장이다.
e비즈니스시장의 경우 다변화·탈중앙화·분산화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특히 개별 시스템과 환경을 연결해 주는 애플리케이션 툴과 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다.
이같은 추세에 힘입어 2000∼2005년새 연평균 성장률이 19.3%가 넘는 고성장을 달성할 전망이다.
애플리케이션 솔루션 부문 매출은 2000년 이후 계속 확대돼 2005년까지 연평균 14.3%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ERP·SCA·전자상거래 중심의 협업·문서관리 소프트웨어 시장이 유망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프랑스
프랑스의 IT시장은 2000년말부터 상업용 데스크톱과 PC서버 판매의 증가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 그 중에서도 노트북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최근 프랑스 소프트웨어부문에서 업체간 협력과 정보관리를 지원해 주는 인터넷기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은행을 비롯한 많은 기관이 지난해 지식관리솔루션 도입에 많은 돈을 지출했다. 중견기업과 대기업들은 B2B와 같은 e비즈니스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2005년까지 패키지소프트웨어시장은 연평균 15%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인프라소프트웨어시장은 2005년까지 연평균 12.2%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다.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개발도구 시장은 최고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다. 2001년 성장률이 14%였는데 2005년까지 연평균 19.6% 성장할 전망이다.
독일
독일 IT시장은 2000년에는 11.1% 성장했으며 지난해에는 10%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프트웨어분야에선 CRM과 SCM 애플리케이션 판매가 늘어났다.
많은 기업이 패키지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하고 있으며 대기업과 소규모 기업이 B2B를 지원할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면서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스템인프라소프트웨어시장은 연평균 12∼14%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애플리케이션툴시장은 올해까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2005년까지 매년 19.1%의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애플리케이션솔루션분야는 내년까지 15∼16%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 시장의 경우 2004∼2005년부터는 다소 하향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이탈리아 전체 소프트웨어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2005년까지 15.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관련 도구는 19.6%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스템 인프라 소프트웨어 시장은 애플리케이션 솔루션보다 약간 뒤진 14.4%에 달할 것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