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릴 것이냐 말 것이냐.’
국내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업체들이 가격 추가 인상을 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수급상황을 놓고 보면 당연히 값을 올려야 하나 가격하락에 힘입은 수요증가에 찬물을 끼얹을까 겁을 내고 있다. 또 대만 경쟁사들의 채산성을 개선시켜 진행중인 업계 재편도 중단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관계자들은 “현재로선 공급가를 올려도 거래선들이 수용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이나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일방적으로 올리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주력제품인 15인치 모니터용 LCD의 경우 업체들이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으나 수요에 못미치고 있으며, 노트북용 LCD의 수급도 급속히 균형을 이루고 있다.
국내업체들의 고민과 관련해 최근 도이치증권이 내놓은 보고서는 주목할 만하다.
도이치증권은 “15인치 TFT LCD의 경우 230달러선이면 전반적인 성장의 계기가 될 것이며 원가 경쟁력이 뒤지는 업체가 퇴출해 공급물량이 조절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250달러선까지 오르면 재고가 늘어나 다시 가격폭락과 생산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가격수준에서 소폭 상승해야지 더 급격히 오를 경우 되레 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200달러대였던 15인치 제품의 가격은 지난해말 230달러까지 올랐으며 연초에는 5달러 정도 더 올랐다. 14.1인치 노트북용 LCD 패널의 공급가격도 올초 200달러대로 지난해말에 비해 10달러 이상 올랐다.
최근 일부 대만업체들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15인치 LCD 패널의 가격을 240달러 이상 올리기도 했으나, 주 고객이 중소업체들이어서 전체 시장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내업체들은 대형 고객을 거의 확보하고 있어 사실상 가격 결정권을 갖고 있다.
가격인상을 놓고 고민중인 국내업체들은 “올리기는 올리되 고객사들이 고맙게 여길 정도로 조금씩 올리자”는 내부방침 아래 여느 때보다 주의깊게 시장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