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가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경기침체와 정보기술(IT) 수요위축으로 기지개 한 번 제대로 못펴본 벤처업계가 새해벽두부터 ‘비리’의 온상으로 대두되면서 도마위의 생선 꼴이 됐다. 정부는 벤처비리 척결과 제도개선이라는 강공책을 들고 나왔으며 벤처업계 스스로는 ‘자정’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벤처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전환과 체질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또 한번의 메아리가 허공속으로 날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양보다 질로 벤처생태계를 다시 조성해야 할 때다. 벤처가 디지털경제시대의 진정한 핵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을 집중 점검, 제시한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1. 벤처기업에 새 활력을
2. 생색내기 정책은 이제 그만
3. 시장원리에 맞는 개선책 필요
4. 벤처기업에 경영 노하우를
5. 벤처정신을 다시 세우자
6. 글로벌 벤처만이 살 길이다
7. 실리콘밸리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벤처가 큰 홍역을 치루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경기침체와 정보기술(IT) 수요위축으로 기지개 한 번 제대로 못펴본 벤처업계가 새해벽두부터 ‘비리’의 온상으로 대두되면서 도마위의 생선 꼴이 됐다. 정부는 벤처비리 척결과 제도개선이라는 강공책을 들고 나왔으며 벤처업계 스스로는 ‘자정’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벤처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전환과 체질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한 또 한번의 메아리가 허공속으로 날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양(量)보다 질(質)로 벤처생태계를 다시 조성해야 할 때이다. 벤처가 디지털경제시대의 진정한 핵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을 집중 점검, 제시한다. 편집자
"제가 선두에 서서 비리척결의 일대전기로 삼겠습니다."
지난 14일 반부패를 선언한 김대중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장은 마치 ‘부패와의 전쟁’ 선언장과 같았다. 경제 살리기, 통일 문제, 월드컵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한 얘기가 나왔지만 온국민의 이목은 단연 대통령의 반부패 척결선언에 쏠렸다.
진승현, 정현준,이용호, 윤태식으로 이어지는 소위 ‘벤처게이트’가 금융인은 물론 정책입안자들까지 연루된 것이 확인되면서 대통령이 선언한 반부패척결의 핵심 대상이 벤처로 집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벤처정책을 전면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벤처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연일 대책회의 갖고 정책의 문제점을 분석, 새로운 대안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벤처업계는 한편으로 새 정책에 기대를 걸면서도 한편으로 벤처산업 자체를 위축시키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분위기가 팽배하다.
양적성장 정책 속에서 커온 벤처생태계는 그 과정에서 드러난 부패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한 순간에 그간의 공적을 위협받고 있다. 물론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압축성장 정책을 써서 오늘의 벤처 붐을 일으킨 정부의 육성정책을 폄하해선 안될 것이다.
"지난 97년 벤처기업협회에서 건의한 벤처정책 육성책이 수용돼 오늘날 벤처열풍을 몰고온 효과를 결코 낮춰보면 안됩니다. 문제는 어떻게 이 토양에서 벤처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일궈내느냐는 것입니다."
한국벤처기술재단의 최선철 전문위원은 이제 정부와 벤처기업 모두가 질적성장에 눈뜰 때라고 말한다. 최근의 벤처게이트는 마치 70년대 고도경제성장기에 맞이한 각종 범죄와 비리가 극성을 부렸던 것처럼 벤처압축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극소수 기업의 일탈된 모습일 뿐이란 설명이다.
1만1000개를 헤아리는 벤처기업을 육성, 팽창위주의 벤처육성책을 매듭짓는 시점에서 이제는 질적성장이란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맥락은 최근 한국벤처기업협회를 중심으로 나오는 목소리에서도 잘 읽힌다. 기술력이나 마케팅 등에서 앞선 양질의 벤처를 키워 노키아나 에릭슨과 같은 세계적 성공 벤처기업의 모델을 만들때가 됐다는 것이 요지다.
실제로 지난해 수출의 40%를 중소벤처기업이 차지했다지만 휴맥스 등 몇몇 벤처기업만이 기억될 뿐이다. 그래서 벤처생태계 내부에서, 벤처기업협회에서, 그리고 중기청 등 각 기관에서 벤처기업의 품질과 브랜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벤처생태계에서 발생하는 제반 문제는 모두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봅니다. 요즘 겪고 있는 소위 벤처게이트는 벤처생태계가 질적 성장이란 ‘제 2도약기’의 초입에서 나타난 것으로 결코 쓰러져선 안됩니다." 장흥순 벤처협회장은 경쟁력없는 벤처의 퇴출과 함께 이젠 질적 벤처육성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벤처생태계의 주문은 지난 4∼5년간 보여준 벤처압축성장 정책이 이제는 질적성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진다. 그리고 인위적인 정책변경 등보다는 시장원리에 바탕을 둔 질적성장의 토양을 만드는데 모두가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