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올해 설비투자 계획이 긴축으로 나타나는 이유로는 대기업의 투자감소, 투자분야와 방식의 전환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전기·전자업종의 설비투자가 크게 줄어들 전망으로 이는 급속히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해 기존 제품의 생산은 그대로 유지하는 선으로 맞추고 신제품·신기술 등의 연구개발에서 주력함으로써 미래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기업들의 움직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500대 기업 설비투자 동향=올해 500대 기업 설비투자계획의 특징은 전기·전자업종의 투자부진 지속, 대기업의 투자감소, 생산능력 확대투자의 큰 폭 감소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매출액 규모(2000년 기준)에 따른 시설투자를 보면 매출액이 1조원 이상인 기업(63개사)의 시설투자는 2002년 15.0% 감소할 것으로 나타난 반면 매출액이 1조원 미만인 기업(298개사)의 시설투자는 2.9%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중견기업군에 비해 대형기업군의 투자심리 위축상황이 심화되고 있으며 대기업군에서 미래의 경기에 대해 불확실성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생산능력 확대를 나타내는 기존 시설의 확장에 투자하는 금액이 23.8%의 큰 폭 감소를 보인 것도 올해 기업 설비투자의 큰 특징이다. 반면 정보화 투자는 19.4% 상승, 연구개발은 14.8%, 시설 유지보수는 6.2% 증가하는 등 기존 설비를 유지하고 업무의 효율성과 미래 경쟁력 향상을 위한 투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전자업종이 감소세 주도=지난해부터 계속된 전기·전자업종의 시설투자 부진은 올해로 이어져 지난해 12.7% 감소에서 올해는 전년대비 37.7%의 감소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전기·전자를 제외한 모든 중화학공업 업종이 상승세를 보였지만 중화학공업 전체로는 14.6%의 감소를, 제조업 전체로는 12.9%의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전자업종의 투자 부진세가 지속되는 이유는 국내의 소비수요 감소로 인한 매출부진의 원인도 있겠지만 향후 시장의 불투명성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결국 수요가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는 생산여력이 수요를 훨씬 웃돌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금여력이 있는 기업은 저가정책을 통한 시장지배력 확대를, 자금여력이 열악한 기업은 동종업종간의 전략적 제휴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기업들이 시설확장과 생산능력 확충, 사업분야 다변화 등의 외형적 성장을 위주로 한 투자를 해왔으나 앞으로는 원가절감·품질향상을 위한 합리화 투자, 연구개발 투자의 비중이 증가해 소품종 고품질 판매전략에 맞게 기업들의 투자행태가 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기업 시설투자 애로 및 활성화 방안=시설투자시 애로사항으로 기업들은 제품소비 수요감소로 인한 수익성 악화(29.8%)와 투자와 관련한 각종 제도 및 규제(22.6%)를 지적했다. 또한 제품의 가격 및 품질 경쟁력 하락(20.3%), 주식·회사채 시장의 침체 등 자금조달의 어려움(13.8%)도 애로사항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2002년 시설투자 활성화의 최우선과제로 투자촉진 세제지원 강화(31.0%) 및 투자자금 조달 원활화(22.0%)를 지적했다. 그 외 정부의 규제완화(11.1%), 저금리·저물가정책 유지(10.9%) 등이 투자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임시투자세액공제의 범위와 공제율을 확대하는 세제지원과 경기부양 효과가 큰 SOC 투자를 조기집행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