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가 살아나고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는 등 경기 조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으나 정작 우리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기업들의 올해 시설투자 계획은 매우 보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회복세가 예상돼온 전기·전자업종의 시설투자는 전년대비 37.7%의 높은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외의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시설투자 실적과 올해 계획을 조사한 결과 주요기업의 올해 시설투자는 지난해 30조7784억원(2000년 대비 10.0% 감소)보다 12.8% 감소한 26조8525억원으로 투자금액이 4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해부터 계속된 전기·전자업종은 내수 및 수출이 각각 8%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시설투자 부진은 여전히 계속돼 무려 전년대비 37.7%의 감소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500대 기업의 올해 시설투자가 이처럼 저조하게 나타난 가장 큰 이유는 전체 투자규모에서 큰 비율을 차지하는 매출 1조원 이상 대기업(63개)이 시설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매출 1조원 이상 기업의 시설투자는 15%나 감소한 반면 매출 1조∼6000억원 기업(39개)은 3.6% 증가, 전체 규모에 미미한 영향을 미치는 매출 6000억원 이하 기업의 설비투자 규모는 한층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호한 경기선행지표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아직 올해 경기의 불투명성을 우려, 투자행태를 기존의 확장적인 투자에서 이미 보유하고 있는 설비의 개보수 및 효율성 향상에 맞추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분석됐다.
한편 삼성경제연구소도 최근 올해 기업의 설비투자가 지난해의 감소세(2000년 대비 9.5%)에서 벗어나 증가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 놓으면서도 대기업들의 투자계획 축소 등 보수적인 투자로 인해 그 폭은 전년대비 3.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을 주축으로 한 기업들의 긴축투자 분위기로 당초 기대했던 조기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