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원리/박찬수 지음/범문사 펴냄
실무자를 대상으로 마케팅 교육을 하다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 대부분의 실무자들은 원리를 공부하지 않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기법만을 배우려고 한다. 그것도 자신의 업종이나 제품에 국한된 기법만을 가르쳐 달라고 고집한다. 마케팅은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실무자 입장에서 이렇게 요구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과 제품 그리고 기업과 고객에 따라 마케팅은 분명 차이를 보인다. 넓게 보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마케팅이 다르고, 소비재와 산업재의 마케팅 방식이 다르다. 같은 산업에 있더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마케팅이 같지 않고, 같은 제품을 구매한다고 해서 고객마다 통용되는 마케팅은 차이를 보인다.
산업·제품·기업·고객 등의 요소를 하나씩 세부적으로 나눠 들어가면 마케팅 실무자들이 수행하는 마케팅 활동 중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마케팅 현상과 활동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마케팅 원리는 존재한다.
실무자는 이런 마케팅 원리를 잘 이해해야 자신이 직면한 현실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독창적이며 효과적인 마케팅 방안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여러 유형의 수학문제를 잘 풀려면 정석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나라 실무자들은 너무 급하다. 기본 정석을 공부하기보다는 풀이기법부터 배우고 싶어한다. 그래서 마케팅의 기본적인 원리를 공부시키면 너무 개념적 또는 추상적이라고 불평한다. 아울러 자기가 해결해야 하는 실무적인 과제와 맞지 않는다며 받아들이길 거부한다.
축구 대표팀의 히딩크 감독은 우리나라 축구의 문제점을 선수들이 기본기와 기초체력을 다지려고 하기보다는 선진국의 전략과 전술만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마케팅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기본을 익히기보다는 실전에서 적용할 수 있는 첨단 기법만을 가르쳐 달라고 요구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은 고객의 이런 요구에 충실히 부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제목도 자극적이고 현란하며, 따끈따끈한 최신 주제를 내세워 읽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다 사라질 것처럼 독자를 유혹한다. 그러나 대다수는 일반적인 내용으로 가득차 있어 아쉬움만을 남긴다.
하지만 이 책 ‘마케팅원리’는 다소 색다른 면이 있다. 먼저 다양한 마케팅 주제에 걸쳐 중요한 원리를 명확히 밝히고 왜 이런 원리가 중요하며 어떤 시사점이 있는가를 설명해준다. 책 제목만 보고 이 책이 원리만 모아놓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오해다. 원리를 풀어 설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부적인 적용기법을 상세히 보여주고 실제적인 사례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도 설명해준다. 주제별로 기본 정석을 달아놓고 예제마다 정석 연구를 보여주는 ‘수학의 정석’과 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교과서 형식을 띠고 있지만 실무서에 가까울 정도로 전문적이며 국내 사례가 많이 포함돼 있다.
대부분의 내용을 다른 서적에서 발췌하지 않고 저자가 직접 자신의 글로 작성했으며 인용한 사례에 대해서도 단순히 소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분석과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곳곳에서 저자의 뛰어난 학문적 이해와 실무적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초보자에서 전문가에게 이르기까지 실전에 응용할 수 있는 마케팅의 원리를 깨우치고 연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 chaelim@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