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생체인식기술 이야기>(2)’몸 바쳐’ 일하는 사람들

 한 얼굴인식업체의 미아찾기 프로그램 시연회. 수천장의 얼굴 이미지가 저장된 컴퓨터에 미아의 사진을 입력하자 아이는 물론 아이의 엄마, 할머니 등 일가족이 닮은 순서대로 검색, 정렬된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졸지에 미아가 된 아이는 누굴까. 다름아닌 이 회사 ‘사장님의 귀한 아드님’.

 생체정보가 곧 기술재산인 생체인식업체들에 “회사를 위해 몸바치라”는 말은 더이상 구시대의 생경한 구호가 아니다. 기술개발이나 시험평가를 위해 다량의 생체정보 데이터베이스(DB)는 필수요소. 직원은 물론 가족까지 동원돼 지문·얼굴·홍채 등 회사를 위해 그야말로 온몸을 바친다. 피말리는 DB 확보 백태다.

 가족동원형은 모든 생체인식업체의 기본사양. 그밖에 가장 흔한 방법은 자금살포형이다. 아르바이트생을 구해 홍채와 얼굴의 DB를 구축하는가 하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전시회에서 작은 기념품으로 지문 한번 찍어줄 사람을 유혹한다. 심지어는 외국 연구기관으로부터 비싼 값에 DB를 구입해 쓰기도 한다.

 노력봉사형은 서명인식업체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 서명인식업체의 직원들은 모두 서너개씩의 서명을 가지고 있다. 하루에도 수백번 서명을 하는 것은 일상의 일. 대뇌에 축적된 근육의 기억(muscle memory)을 서명속도와 형태로 식별하는 것이 서명인식기술인지라 20번 이상 서명을 하면 근육의 피로(muscle fatigue)가 쌓여 잠시 쉬었다 해야 한다. 그보다 서로의 서명을 모사해 가짜 서명을 만들어내야 하는 일이 고역이다. 가짜 서명은 중요한 연구와 평가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애써 만든 가짜 서명을 척척 식별하는 서명인식 프로그램에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아리송해지기도 한다.

 외부협조형은 주로 기술자문을 하는 대학교수의 강의시간을 빌려 학생들의 생체정보를 얻는다. 특히 일반인을 대상으로 쉽게 생체정보를 얻을 수 없는 홍채인식업체들이 즐겨쓰는 방법.

 얼굴인식업체의 전공은 아이디어형이다. 얼굴인식업체들은 직원과 직원 가족으로도 부족해 대학 앨범까지 구해다 쓰는 왕성한 자료욕을 과시한다.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스티커사진업체가 다량의 얼굴사진을 확보하고 있노라는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천만의 말씀. 각도나 조명에 관계없이 자연스러운 환경에서의 인식률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하나같이 비스듬한 각도에서 찍은 연예인들의 사진이 오히려 유용하다.

 숫자로 표시된 디지털 생체정보와 알고리듬만으로 인식하기에 인간의 몸은 너무도 변덕스럽다. 몸의 성장에 발맞춰 생체정보도 성장시키자면 피드백 기능도 필수다. 생체인식기술이 인간의 몸에 대한 기계의 일대 도전이라면 DB 확보는 땀나는 섀도복싱쯤 되겠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